[박재희의 손자병법 경영] 死조직 안되려면… 巳조직으로 만들어라
머리를 때리면 꼬리가 달려들고 꼬리를 때리면 머리가 달려든다. 머리와 꼬리, 혼연일체가 된 不死의 뱀 '솔연'
누가 이 뱀을 죽일 수 있겠는가. 기업이든 국가든 대운하건 FTA건 일체감이 필요하다. 같은 꿈을 꾸지 않는다면 죽을 수밖에 없다. 혼자만 살겠다는 리더, 꼬리를 밟는 동료가 있다면 조직의 미래는 없다. 죽지않는 뱀 '솔연'이 그립다.
중국 상산(常山)에 사는 솔연(率然)은 영원히 죽지 않는 뱀의 이름이다. 누군가 머리를 때리면 꼬리가 달려들고(擊其首則尾至), 꼬리를 때리면 머리가 달려든다(擊其尾則首至). 몸통을 때리면 이번에는 머리와 꼬리가 동시에 달려든다(擊其中則首尾俱至). 솔연이란 뱀은 이렇게 해서 절대 죽지 않는 뱀이 되는 것이다.
손자병법(孫子兵法)에 나오는 이야기다. 조직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혼자만 살려고 발을 빼는 리더나, 동료를 뒤에서 짓밟고 혼자만 살아남겠다는 사람이 있는 조직은 망할 수밖에 없다. 조직의 생존은 서로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 지켜주는 일체감이 있어야 한다.
손자병법에서는 솔연 같은 조직을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오월동주(吳越同舟) 이야기를 꺼낸다. 오나라와 월나라 사람들은 서로 미워하는 원수지간이다(吳人與越人相惡也). 그런데 이들이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다 풍랑을 만나면(當其同舟而濟遇風) 서로를 위해 구해주는 것이(其相救也) 마치 왼손과 오른손처럼 일사불란하게 된다(如左右手). 평소에 아무리 미워하는 사이라도 같은 배를 타고 조직의 운명을 같이한다고 생각하면 미움은 사랑으로 바뀌고 갈등은 화해로 바뀔 것이란 지적이다.
- ▲ 일러스트=김의균 기자 egkim@chosun.com
그러나 아무리 좋은 환경, 풍부한 역량이 있다 하더라도 인화(人和)라고 하는 조직 구성원간의 합의가 없다면 어떤 일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바람이 도와줘서 화살이 세 배 먼 거리를 나가고, 군량미와 무기가 아무리 풍부해도 병사들 간에 생사를 공유하는 일체감이 없다면 그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그 일체감을 갖느냐다. 그 일체감은 단순히 정신 교육이나 형식적인 구호 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위에서 협박하고 명령한다고 해서 꿈을 공유하는 것도 아니고, 다양한 술수나 기술로 회유한다고 해서 같은 배를 타는 것도 아니다. 자발적인 탑승 없는 동주(同舟)는 외형만 '하나'일 뿐 '한 지붕 두 가족'인 것이다.
병법(兵法)에서는 조직이 막다른 골목에서 더 이상 후퇴할 곳이 없을 때 무한한 일체감과 파워가 솟아 나온다고 한다. 우리는 6·25 전쟁과 IMF를 경험하며 'I'가 아닌 'WE'의 느낌을 공유할 수 있었다. 비록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그 결핍과 긴장감이 우리를 하나로 만든 동력이 된 것이다.
역사 속에서 리더들은 종종 고의로 조직을 막다른 길로 몰아넣어 승리를 이루기도 하였다. 초(楚)나라 항우(項羽)는 파부침주(破釜沈舟)의 전술을 자주 사용하였다고 한다. 밥해 먹을 솥(釜)을 일부러 깨트리고(破), 타고 온 배(舟)를 일부러 침몰시켜(沈) 더 이상 이 싸움에서 지면 물러날 곳이 없다는 위기감과 긴장감을 불어넣어 병사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게 하는 전술이다. 일부러 그럴 것까지는 없지만 조직에게 다가온 위기가 결코 적자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불리한 상황을 한탄만 하고 운명적으로 맞이한 소극적인 대응은 조직을 결국 망하게 만든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위기를 새로운 회생의 기회로 만드는 것. 이것이야말로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조직 구성원 간 일체감의 승리다. 손자병법에는 그 조직이 막다른 길에 선 위기감의 효과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런 막다른 상황이 되면 병사들은 특별히 지시하지 않아도 자신들이 먼저 조심하고(不修而戒), 원하지 않아도 병사들의 마음을 얻게 되고(不求而得), 약속하지 않았는데도 단결하고 서로 친할 것이요(不約而親), 호령하지 않아도 병사들에게 신뢰를 얻을 것이다(不令而信).'
안정과 평화는 때로 조직을 안일하게 하고 자만하게 한다. 반면 불안과 긴장은 조직의 일체감을 불러일으키고 더욱 뭉치게 한다. 상산에 사는 솔연(率然)처럼, 한 배를 타고 형제가 되어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가는 사람들처럼, 서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한마음 한 뜻으로 우리 앞에 놓인 위기를 극복해 가는 그런 국가, 회사, 가정이 그립다. 상산(常山)에 사는 솔연(率然), 그 불사의 뱀을 이 시대에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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