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으로 말을 타고 배회하는 저 여인은 누구인가?
그림을 보면 이른 아침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여인이 벌거벗은 알몸으로 말을 타고 가고 있다.
긴 머리에 고개를 푹 숙인 모습의 여인 그리고 적막한 동네 풍경이 다소 생경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외설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시끌벅적해야 할 마을의 광장은 사람 하나 보이지 않고,
문과 창문이 모두 굳게 닫쳐 있어 적막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과연 알몸으로 말을 타고 동네를 거니는 저 여인은 누구인가?
11세기경 잉글랜드 중부지방의 코벤트리라는 마을의 농민들은 레오프릭 영주가 지나치게 세금을 부과하다 보니 생활이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이를 보다 못한 레오프릭의 부인인 고다이버는 남편의 과중한 세금청책을 비판하였고,
세금을 낮춰 줄 것을 간청하였다.
아내의 청에, 거만한 성격의 레오프릭 영주는 '당신이 진정으로 농부들을 사랑한다면
알몸으로 말을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돈다면 세금을 내려줄 수 있지'라고 말했다.
이는 도저히 실현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속셈에서, 빈정됨의 말이었다.
그녀는 고민 끝에 남편의 말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날짜를 정하여 어느 날 이른 아침에 알몸으로 말을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영주 부인이 자신들을 위해 알몸으로 동네를 돈다는 소문을 들은 농부들은 그 마음에 감동하여,
이 날은 모두 대문은 물론 창문에 커튼을 내리고,
바깥 출입을 삼가하여 고다이버의 알몸을 보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이 때 고다이버의 나이는 16살이었다.
전해 내려오는 관습과 상식을 깨는 정치적 행동을
'고다이버이즘'(godivaism)이라고 하는데 그 말이 당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파격적인 역설 논리로 시위했던 고다이버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작가 : 콜리어(Hon John Collier, 1850~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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