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正氣)와 사기(邪氣)의 투쟁을 해결하는 치료법.
2가지 종류가 있다.
① 질병에 대항하는 저항력의 근원인 정기(正氣)를 붇돋아줌으로써 병을 치료하는 한방치료법의 일종으로, 몸속에 나쁜 기운이 있어서 대소변이나 땀을 통하여 배출할 필요가 있으나 그렇게 하면 기운도 약해지므로 몸이 약해진 경우에는 먼저 병에 저항하는 힘을 키워 스스로 병이 치료되도록 한다.
② 질병을 치료하는 2가지 원칙인 부정법(扶正法)과 거사법(邪法)을 줄여 이르는
말이다. 부정이란 몸이 허약한 경우에 허약을 보하여 기운이 왕성해지도록 하는 치료법이고, 거사란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인 이상기후나 가래 어혈과
같은 병리적 대사 산물 등을 제거하기 위해 강제로 대변·소변·땀 등을 배출시키는 치료법이다. 임상에서는 증상의 성질에 따라 2가지 방법을 적절히
병용하게 된다.
扶正祛邪(부정거사). “정(正)을 도와 사(邪)를 제거한다.”
이 말 안에 한의학의 치료 원칙이 전부 들어 있다. ‘정’이란 올바른 기운인 ‘정기’를 말한다. 즉
병균에 대한 저항력과 면역력 그리고 생명력을 총칭하는 것이다. 질병을 일으키는 기운인 ‘사기’는 병균이나 떨어진 저항력으로 인한 신체의 이상
상태 등 좋지 않은 기운을 일컫는다. 따라서 부정거사란 ‘정기를 올바로 설 수 있도록 도와 줌으로써 나쁜 사기를 스스로 제거할 수 있게 해주는
치료법’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부정거사란 몸 안에 ‘질병’이라는 놈이 있으니 ‘약’이라는 용병을 파견해서 대신 처리해 주자는
뜻이 아니다. 그보다는 몸 스스로가 직접적인 도움 없이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준다는 의미다.
서양 의학에서의
‘약’에는 반드시 목표질환(target disease, 목표증세)이 있다. 곧 양약은 미사일처럼 파괴력을 지니고서 질병의 증세가 나타나는 목표
지점으로 날아가 초토화시키는 식으로 치료를 한다. 그러나 한의학에서의 처방 목표는 질병이 아니라 환자 자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미 떨어진
환자의 저항력과 면역력을 끌어올려 주는 것이 치료의 중점인 것이다. 조금 더 근본적인 부분으로 올라가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옛날 개성의 상권을 모조리 쥐고 있던 갑부가 있었다. 개성 상권은 조선의 상권이라 할 정도로 규모가 컸으니 그는 우리 나라 제일의
부자인 셈이었다. 훗날 그 개성 상권을 이어받게 될 후계자가 처음 그 부자를 찾아왔을 때의 이야기다. 부자는 그의 될성부른 싹수를 알아채고
이렇게 물었다.
“저 사대문을 오가는 사람들이 모두 몇 사람인가?” 그는 단박에 대답했다. “단 두 사람뿐이옵니다. 하나는 어른께 득이
되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어른께 득이 되지 않는 사람이옵니다.”
그렇다면 이 세상을 돌아다니는 약은 모두 몇 종류나 될까?
역시 ‘두 가지’다. ‘보약’과 ‘사약’이 그것이다. 보약이란 몸을 보해 주는 약을 포함해서 저항력을 길러 주고 균형을 맞춰 주는 약을
총칭한다. 사약은 장희빈이 사형당할 때 입에다 들이붓던 그 독약이 아니다. 몸 안에 나쁜 기운이 있을 때 그것을 공격하고 부숴서 쓸어내 버린다는
의미를 지닌 약이다. ‘설사(泄瀉)’할 때의 쏟을(쏟아질) ‘사’자를 쓰는 ‘사약’이다.
‘보약’과 ‘사약’. 이렇게 말하고
보니까 꼭 ‘한약’과 ‘양약’을 분류한 것처럼 보인다. 사실이 그렇다. 한의학적 관점으로 본다면 ‘양약’은 ‘사약’의 기능을 두드러지게 강조한
‘사약 중의 강력한 사약’으로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방약합편』이라는 한의학계 최대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있다. 동의보감 이후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봤으며,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지니고 있다. 예전에는 집안에 한 권 정도 꼭 비치해야 하는 상비 도서 목록에 꼽히는 책이었다.
기네스북에 따르면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성경』이라고 하는데 『방약합편』은 ‘한의학계의 성경’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각 장의 면을 상, 중, 하 3단으로 나누어 처방을 정리하고 있다. 제일 윗줄의 처방을 ‘상통’, 가운데 처방을 ‘중통’, 아래 처방을
‘하통’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나누어 놓은 이유가 무얼까? 바로 보약과 사약을 나누어 놓은 것이다.
상통에는 주로 보약 처방을,
하통에는 사약을, 중통에는 반보반사의 중간약들을 넣어 구분해 놓았다. 금오 스승님은 하통에 속하는 약들은 약성이 강하고 맹렬하여 정기를
손상시키므로 병이 너무 위급할 때가 아니면 사용에 신중을 기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상통을 70%, 중통을 20%, 그리고 하통을 10% 정도만
응용하라고 하셨다.
그런데 양약의 경우, 많이 쓰이고 있는 소염제나 진통제의 효능을 보면 강하게 열을 식히고 통증을 잊게 하는
작용이 분명 사약인 하통에 속한다. 해열제도 그렇고 대부분의 약들이 하통의 처방 효능들을 알약화해 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양 의학식 개념의
보약인 비타민제는 어떨까?
비타민 보충은 나무로 만든 술통을 채우는 것과 같다. 무슨 말인가 하면, 세로로 나무판을 붙여 만든
술통에 술을 담을 때 하나라도 짧은 나무가 섞여 있으면 다른 나무들이 아무리 높은 벽을 만들어 놓았다고 해도 술은 제일 짧은 나무 높이까지밖에
채울 수가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비타민은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고 나면 더 이상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오히려 비타민 과잉 같은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런 류의 약들은 『방약합편』의 중통에 속한 약이라고 볼 수 있다. 하통, 중통의 약은 치료에 30%만 이용하고 상통의 처방을
주로 사용하라고 한 이면에는 인체의 정기를 손상시키지 않고 북돋워 주면서 치료에 임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물론 이러한 원리
때문에 한약은 보약밖에 없다는 인식도 심어 주었다. 그래서 하통의 치료약이 필요한 사람이든, 중통의 조절약이 필요한 사람이건 간에, “살찌지
않게 해주세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게 된 거다. 특출 난 장점이 다른 장점들을 무력화시켜 버렸다고나 할까.
하지만
방광염으로 인한 소변빈삭(눠도눠도 시원찮고 돌아서면 생각나는 비뇨기 병) 약을 처방하는데, 사약을 받는 형편에 “한약 먹으면 살찐다는데…….”
하고 걱정하는 상식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하통, 중통의 처방 역할을 양약이 너무도 충실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보약 위주로만 몰고
가려는 한의계 자체의 불균형도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기를 북돋아 주는 보법, ‘부정거사’의 치료법은 수천
년 한의학 역사 속에 근본 정신으로 면면히 흐르고 있는, 진정으로 사람을 위하는 의료 유산이다. 그리고 시대를 거슬러 점점 더 그 진가가
드러나고 있다.
숲속을 거니는 삼림욕의 유행, 인스턴트 식품과 공해에 대한 인식의 변화, 약물 남용 자제의 목소리, 질병의
주범으로 부상하고 있는 스트레스에 대한인식, 신나게 살자, 즐겁게 살자는 구호, 운동의 중요성 부각……. 이러한 변화가 나의 눈에는 사람과
세상의 정기를 올바로 세우려는 사회적인 부정거사의 물결로 보인다.
출처 : http://cafe.daum.net/westudygo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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