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토(東土)에 초조이신 보리(菩提) 달마조사가
소림사에서 면벽(面璧)하고 있었는데, 면벽이란
외계를 피하기 위하여 벽을 마주 보고 앉아 눈을
반개(半開)하고 이런것 저런것 눈에 보이면 마음
이 산란해져 그래서 벽을 대하고 앉으면 외계를
피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 혜가가 눈 위에서
팔을 잘라 달마 앞에 내놓으면서 하는 말이
"제가 마음이 편안치 못하오니 대사께서 저의 마음
을 편안하게 해 주십시요."
"편안치 못하다는 그 마음을 내 앞에 내놓으면 내가
편안케 해 줄테니 어서 내 앞에 내놓아 봐 어서."
이에 혜가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기의 마음을 앞
에 내놓을 수가 없어 하는 말이
"제 마음을 구하려해도 구할 길이 없읍니다."
"구할 길 없는 그 마음이 어찌 편하고 안편함을 아는고."
여기서 혜가는 대오철저 한다.
* * *
무릇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마음을 내세우지 않는
종교가 없을 것이다. 그럼 이 마음이란 우리 가슴속
에 있을까 머리속에 있을까, 인체를 해부해 봐도 이
마음을 찾아낼 도리가 없다. 하지만 꽃을 보고 예쁘
다하고 추한것을 보면 추하다고 하고 꽃은 붉고 초
목은 푸르다고 생각하는 그것은 대체 무엇인가.
모든 형상있는 것은 모두 허망한것 눈에 보이는 것
손으로 만져지는 것 코 끝에 냄새로 맡아지는 것 이
런 것들은 모두가 다 허망한 것이니 형체가 있고 빛
갈이 있고 냄새나는 것에 집착하면 깨달음과는 삼
만팔천리 멀어지는 것, 마음에 눈으로 형체없는 것
을 볼줄 알고 마음에 귀로 소리없는 소리를 들을 줄
알고 마음에 코로 냄새없는 냄새를 맡을 줄 알아야
비로소 진면목을 볼수가 있는 것이다.
저녁 노을 굴뚝 연기 한가로운데
나에게 어떠한 경계를 묻지마라
일체가 다 거짓으로 이루어진것
모두 눈속의 티끌임을 못 면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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