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 숭신 스님은 천왕 도오 스님의 제자로 수년간을
도오 스님 문하에 수행하다가 하루는 스승께 물었다.
"스님을 따른지 꽤 됨에도 아직 저에게 한 마디도 가르
침이 없었읍니다"
"난 시시각각으로 널 지시하고 있는 걸"
"무슨 말입니까?"
"네가 차를 바치니 받고, 밥을 가져오니 먹고, 예를 올
리니 묵례로 답했는데 또 뭘 지시하라는 거냐?"
" ................."
"도는 당장 봐야지 생각해서 보자면 빗나가고 만다"
이에 용담 스님은 홀연히 깨달았다.
* * *
무릇 선(禪)은 말로 설명해서 가르치는 스승은
위대한 스승이 못되고 말 없는 가운데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선의 가풍이다. 깨달음은 누가 가
르쳐 줘서 깨닫는 것이 아니고 지성적 이해나
관념으로 깨닫는 것도 아니며, 평범한 생활을
통하여 얻어지는 것이며, 삶 그 자체가 바로 체
험이며 체험이란 보이는 것과 볼 수 없는 것과
이상적인것과 본체적인것의 합일체의 직접적
파악이며, 존재와 사유의 기초가 바로 그것이며,
체험의 적나라(赤裸裸)한 실제 파악이다.
청산첩첩 골짜기엔 가을 단풍 물들고
소슬한 가을 바람에 들국화 만발한데
사방 숲속에는 온갖 산새들 노래하고
앞 뜰에 홀로 앉아 조불 발취 드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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