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좋은시
육조 스님이 남쪽 법성사 절에 이르렀을 때 마침 인종법사가 열반경을 강의하고 있었다. 그때 처마 밑에 걸려있는 풍경소리 에 두 학인이 밖을 내다보니 강당 앞에 매달아놓은 깃발이 바람 에 나부끼고 있었다. 그 깃발을 보고는 한 학승이 말했다. "저기 좀 봐 깃발이 바람에 움직이고 있다." "아냐, 바람이 깃발을 움직이고 있는 거네" "분명히 잘 봐봐 깃발이 바람에 움직이고 있는 거야" "아니야, 분명히 봐봐 바람이 깃발을 움직이고 있는 거야" 두 학인이 바람이 움직인다, 깃발이 움직인다 하며 입씨름을 하고 있으니, 옆에 있던 여러 대중들도 편을 갈라서 깃발이 움 직인다, 바람이 움직인다 하며 가세하여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육조 스님이 입가에 미소를 띠우고는 앞으로 나아가 말했다. "여보시게 들 그것은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요 깃발이 움직 이는 것도 아니요 여러분들의 마음이 움직이고 있는 것 뿐이요." 이에 인종법사가 듣고는 말했다. "혹시 육조 혜능 스님이 아니신지요?" " 그렇소." 모두 육조 스님께 예배하고 육조 스님의 제자가 되었다. * * * 무릇 두 눈이 보이지 않는 것 보다 도 마음이 보이지 않는 것이 더욱 두려운 것 이며, 그것은 마음이 없으면 두 눈도 볼 수가 없 기 때문이다. 일체 삼라만상이 모두 다 이 마음에 의해 좌우 되 고, 보고 듣고 걷고 서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일체 희로 애락도 다 이 마음이 좌우 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살은 마땅히 이 마음을 깨끗이 해야 하며, 마음이 깨끗해지면 온 세상 이 다 깨끗해 지지만 이 마음이란! 마음이 마음을 알지 못하니 마음 이 있어도 마음을 보지 못하고 거울을 기름으로 닦으면 저절로 영상 이 보이나 그 영상이 거울 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요 거울 밖에서 부 터 거울 속으로 들어온 것도 아니요, 기름으로 깨끗이 닦으므로 해서 나타난 것뿐이다. 또한 나는 어디로부터 왔다는 말인가? 나도 역시 온 곳도 없으며, 나의 삼매로 보는 것뿐이다. 마음이 스스로 마음을 알지 못하는 것은 마음에 망상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망상이 없으면 마 음이 맑고 깨끗하여 일체삼라만상과 나와 일여가 되는 것이다 마음은 만상의 본체요 우주의 근본이고 한 생각 망상의 현상은 마음에 그림자네 아무리 훌륭한 좋은 말도 다 실체가 없고 향상일로의 외길은 백척간두의 진일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