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동창생들이 만든 카페에 들어갔더니 ‘개구락지 잡으러’ 간다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정태야, 인중아 개구락지 잡으러 간다 / 곰골 계곡에 들언진 바위 밑으로 오너라 / 홍수 넘은 마누라 핑계대고 안 기어 올라오네 / 이따가 개구락지 궈 먹을 때 올라 올 것 같은데 / 삐쩍 마른 수캐구리 한 마리만 줘야지….
속으로 저 놈들 잘못하다간 벌금 낼건 데 싶었다. 몰라, 황소개구리나 잡으면 모를까. 알기나 아는지, 야생개구리, 뱀 등 포획 금지 대상을 포획할 경우에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 천만 원의 벌금을 문다는 걸…. 개구리 잡는다고 버젓이 광고하고 있으니, 날 잡아가쇼 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 옛날, 개구리는 보리를 추수하기 전, 소위 보릿고개를 넘기기 전까지 아이들의 간식거리였고 영양을 보충해주는 영양식이었다. 한마디로 구황식품이었다.
유난히 배불뚝이가 많았던 농촌의 아이들. 더운 여름이면 천둥벌거숭이처럼 웃통은 거의가 벗어 던지고 살았으니 배불뚝이는 더 표가 났다. 요즘처럼 잘 먹어서 배불뚝이가 된 게 아니고 못 먹어서 영양실조로 배불뚝이가 되었다. 특히 네 댓 살짜리 아이들에게 배불뚝이가 많았다. 한창 영양을 섭취해야할 나이에 먹을 게 변변찮았으니 오죽했으랴….
기억은 잘 안 나도 카페에 개구락지 잡으러 간다는 만평이 놈도 틀림없이 배불뚝이 시절이 있었을 게다. 개구리 잘 잡기로 소문난 저희 넷째 형이 학교에서 돌아오기만 기다렸다가 논 밭 사이의 도랑에서 개구리를 잡아 삶아 먹곤 했었다. 그러면 배가 들어간다는 말을 듣고 개구리들이 숱한 수난을 당했다. 개구리를 못 잡아 먹은 아이들은 배불뚝이가 된 채로 그대로 자라기도 했다. 물론 개구리를 못 잡아먹어 뚱뚱이가 되었다는 건 억지겠지만 하여튼 우리는 아직도 그렇게 믿고 있다.
한번은 개구리 잡이를 해서 돈을 벌어본 적도 있다. 1미터정도의 단단한 막대기를 하나씩 준비해서 논도랑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닌다. 개구리들은 몸을 숨기느라 물속 논바닥에 재주껏 엎드려 보지만 맑은 물속에 숨은 개구리를 잡는 건 시간문제다. 때로는 물 밖으로 뛰쳐나오는 녀석들은 막대기로 기절을 시켰다. 그렇게 잡은 개구리들을 철사에 꿰어 스무 마리 남짓 엮어서 동네 돼지 키우는 창덕이 아저씨한테 오십 원씩을 받고 팔아 그 돈으로 달고나도 하고 엿장수가 오면 엿치기를 하는 용돈벌이감이 되었다.
모든 개구리를 다 먹는 줄 알았던 재명이는 비단(무당)개구리를 먹고 식중독에 걸려 몇 날 며칠을 고생한 적이 있었다. 비단개구리는 말려 약재로 쓰이는데 폐결핵에 효능이 있다하여 당시 제1전염병이었던 폐결핵 치료에 쓸려고 비단개구리를 많이 잡기도 했다.
비단개구리로 낚시질을 했던 기억도 있다. 친구도 없는 심심한 오후 나절에 그저 길가에 있는 싸리나무 하나 분질러 낚싯대에 실로 묶으면 개구리 낚싯대가 만들어진다. 실 끝에 개구리가 들어갈 만한 매듭을 만들어 개울에 던져놓으면 개구리들이 슬그머니 매듭 안으로 들어오고 그것을 잡아채기만 하면 되었다. 이른바 '홀치기'다. 그렇게 잡은 비단개구리를 동네 형들은 한약방에 가져다주곤 했다.
그 뿐 아니라, 예전엔 경칩 날 몸보신을 위해 개구리 알을 먹는 풍습이 있었고 경칩 날 먹는 개구리 알은 아픈 허리를 낫게 하고 몸보신도 된다고 믿고 있었다. 의학적으로 그런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개구리의 천적은 뱀이나 맹금류가 아니라 바로 사람들이었다. 결국 사람들에 의한 농약 살포로 개구리들이 종적을 감추고 있다. 다행스런 것은 90년 후반만 해도 황소개구리 때문에 전국이 떠들썩했지만 이젠 황소개구리 얘기가 줄어들었다. 너구리, 왜가리, 백로 등 20여종의 토종 천적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련한 추억들이 이젠 범법 행위가 되었다. 개구리 잡이는 시대착오적인 체험일 테고 개구리 관찰, 개구리와 관련한 체험은 어떨까? 대구 인근엔 아직 개구리 체험장이 없고 충북괴산군의 조령산개구리 체험장이 눈길을 끈다. 이곳에선 개구리 생태 체험장이 있어 개구리에 대해 자세히 학습할 수 있다. (www.jfrog.co.kr) 이색 박물관으로 담양에 개구리 생태박물관이 있다. 5만여 평에 이르는 담양 죽녹원은 산책하기 좋도록 아기자기한 테마 숲으로 꾸며져 있다. 국내 최초로 하천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담양 하천습지 주변의 개구리 생태체험도 흥미롭다.
김경호 (아이눈체험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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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보리빵굽는마을
글쓴이 : 보리빵이야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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