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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화 (117)양가의 화평

한마음주인공 2022. 12. 2. 15:19

오늘 고교동창 이재혁님이 카톡으로 &&&야화 (117)양가의 화평 &&&라는 글을 

주셔서 사진첨부 정리해 작은별밭 가족과 함께 합니다

 

 

야화 (117)양가의 화평 

새우젓 장수 황가와 짚신 장수 정가는 서로 형님 동생 하며 지내는 절친한 사이다. 황가는 정가보다 나이가 세살이 많아 형이 되고 정가는 동생이 되었다. 

함께 장을 돌며 장사하다가 황가가 새우젓을 먼저 떨이하고 나면 짚신 파는 정가에게 가 손뼉을 치며 “맵시 좋고 질긴 짚신이 홑 한냥이요”라며 도와주고, 어떤 장에서는 정가가 짚신을 다 팔고 나서 황가를 찾아가 새우젓 파는 걸 도와준다. 

두사람은 이웃에 살아, 장을 파하고 돌아올 때도 주막집에 들러 얼큰하게 취해 비틀거리며 어깨동무에 고성방가를 하기도 한다. 


마누라끼리도 친해 동서처럼 서로 형님 동생 하며 반찬을 주고받는다. 짚신 장수 정가는 마누라하고 부부싸움이라도 하고 나면 황가네 집으로 달려가 황가 마누라에게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형수님, 내 말 좀 들어 보시오. 글쎄, 이놈의 여편네가 짚단 물 좀 먹여 놓으라 했더니….” 

“여보게 시동생. 사람은 가끔 깜박할 때가 있다네. 동서도 살림하랴 밭 매랴 눈코 뜰 새 없다 보니….” 

황가 마누라는 얼굴부터 후덕하게 생겨 매사를 둥글둥글하게 처리했다. 

어느 날, 장터에서 반나절도 안되어 새우젓 장수 황가가 새우젓통을 지게에 지고 “여보게. 나 먼저 들어가네. 늑골이 아파 의원한테 들러 보려네” 하자, 정가는 “형님, 새우젓 지게는 두고 가시오. 내가 지고 갈 테니” 하며 배려했다. 


점심 나절부터 장터에 부슬부슬 비가 뿌리기 시작했다. 짚신 장수 정가는 서둘러 전을 접고 집으로 향했다. 장마철엔 소 잔등 이쪽은 비가 오고 저쪽은 비가 안 온다더니 산등성이 너머 동네에는 비 한방울 떨어지지 않았다. 

집 마당에 들어선 정가는 이상한 소리를 듣고 뒤꼍으로 가 봉창으로 안방을 들여다보고는 믿을 수 없어 눈을 비볐다. 

늑골이 아프다던 황가가 자기 마누라를 타고 씨근덕거리는 것이다. 처음이 아닌 듯 여편네도 두다리를 추켜올려 황가 놈의 허리를 조였다. 

정가는 뒤꼍 짚단에 꽂혀 있는 시퍼런 낫을 빼 들고 돌아 나와 안마당까지 왔을 때 갑자기 서당 간 외아들 얼굴이 떠올랐다. 


두 연놈을 죽이면 분은 풀리겠지만 나도 참수형을 면치 못할 것, 그러면 어린 외아들은 혈혈단신 고아 신세가 될 터.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부들부들 떨며 황가네 집으로 갔다. 

“자네, 낫은 들고 왜 이러나?” 황가 부인이 눈을 크게 떴다. 

“형수님, 세상에 이럴 수가 있습니까! 늑골이 아프다고….” 


자초지종, 사건의 전말을 듣고 난 황가 부인은 태연하게 “아무 일 없었던 듯 두집 모두 공평하고 화평하게 일을 마무리하는 방법이 있네.” 

황가 마누라는 일어서더니 저고리를 벗고 치마도 벗고 홑치마 밑의 고쟁이도 벗었다. 

오후의 햇살이 역광으로 황가 마누라의 풍성한 육덕을 그대로 드러냈다. 정가의 하초가 불끈 솟아오르며 “형수님” 신음으로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