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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병매(088) *하인의처 2

한마음주인공 2022. 11. 14. 11:24

오늘 고교동창 이재혁님이 카톡으로  &&&  ■금병매(088) *하인의처 2   &&&&라는 

글을 주셔서 사진첨부 정리해 작은별밭 가족들과 함께 공유 합니다

 

 

 

■금병매(088) *하인의처 2 
   
장총은 서문경의 집에 단골로 드나들었기 때문에 내왕과도 잘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한번은 집안에 무슨 경사가 있어서 서문경은 내왕에게 장총을 불러오게 했다.
내왕이 장총의 집을 찾아가니 그는 출타하고 없고,
그의 아내 송혜련이 혼자 집을 지키고 있었다.
그때 내왕은 그녀를 처음 보았는데, 첫눈에 그만 묘하게 마음이 이끌리는 것이었다. 


“어디서 오셨죠?”
하고 묻는데, 살짝 내다보이는 덧니 하나가 유난히 매력적이었다. 

“서문 대관인 집에서 왔습니다” 

“아, 그러세요?” 

“내일 모레 집안에 경사가 있어서 주연을 베풀거든요.
그래서 댁의 남편을 부르러 왔죠.
내일 아침 일찍 좀 와달라고 전해 주세요” 

“예, 그러죠. 좀 들어오셔서 차라도 한잔 하시고 가시죠” 


“아, 그럴까요”
차를 한잔 대접 받으며 송혜련과 몇 마디 주고받지도 않고 돌아왔지만,
그 뒤로 내왕은 그녀의 매력적인 인상이 머리에서 떠나지가 않았다.
그래서 때때로 그는 그 집을 찾아가곤 했다.
장총을 만나 장기를 두기도 하고, 술을 마시기도 했으나, 목적은 물론 엉큼한 데 있었다.
장총이 집에 있을 때는 그저 송혜련의 얼굴이나 보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지만, 혹시 그가 출타하고 없을 때는 차를 대접 받으며 공연히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꺼내어 되도록 오래 그녀와 마주앉아 있으려고 애를 썼다.
그런 만남이 거듭될수록 자연히 송혜련은 내왕의 속마음을 짐작하게 되어 그녀도 은근히 그를 좋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녀는 쉬 몸까지는 허락하지를 않았다.
그녀도 유부녀였고, 내왕도 아내가 있는 몸이어서
위험한 불장난은 하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중에 내왕의 아내가 병으로 죽고 말았다.
홀아비가 된 내왕은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장총과 이혼을 하고 자기와 같이 살자고 애타게 호소를 하기까지 했다. 


남편과의 사이가 그저 그렇고 그렇던 그녀는 내왕의 간절한 청혼을 받아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몰라 번민에 휩싸이게 되었다.
그런데 참 공교롭게도 어느 날 뜻하지 아니한 일이 일어났다.
장총이 동료 요리사와 술을 마시다가 임금의 분배 문제 때문에 시비가 붙어 주먹질이, 마침내는 칼부림으로까지 번져서 동료 요리사가 휘두른 칼에 찔려 장총은,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그래서 송혜련은 과부가 되고 만 것이다.
마치 그녀와 내왕을 부부로 맺어주기 위한 하늘의 배려(配慮)인 것만 같았다.
장총의 장례를 지내고, 사십구일재로 위패를 불사른 다음, 송혜련은 내왕에게로 개가를 해갔다. 


서문경의 저택은 크게 두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건물이 큼직큼직하고, 연못이랑 정자, 그리고 인공 동산도 있으며, 정원이 잘 가꾸어진 널따란 구역과 조그마한 살림집이 여러 개 닥지닥지 붙어있는 좁다란 구역이 있었다.
넓은 구역은 서문경의 가족들, 즉 그를 비롯한 여섯 부인들과 몸종들의 주거지였고, 좁은 곳은 하인들이 살림을 하는 구역이었다.
내왕도 물론 그 좁은 살림집의 한 칸을 차지하고 있었다. 


송혜련은 그곳에서 두 번째 남편과의 신혼생활에 들어간 것이다.
하인들의 아내는 주로 주방일과 세탁을 맡아서 하고 있었다.
송혜련은 죽은 내왕의 전처의 뒤를 이어 주방에서 일을 했다.
그녀는 별로 미색이 아니면서도 남자를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으나, 성품은 수더분한 편이어서 자기네 살림집에서 주방으로만 오가는 그런 나날을 보냈다.
그래서 한 집안에 살면서도 서문경의 눈에 띄는 일이 없다가,
이병아의 생일 축하연에서 처음으로 그의 시선을 끌게 되었던 것이다. 


서문경은 다음 엽색의 목표를 송혜련으로 점찍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처럼 첫눈에 마음을 사로잡는 야릇한 매력을 지닌 여자를 그냥 모르는 척
지나쳐버릴 서문경이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서문경은 대뜸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유부녀이고, 그녀의 남편이 다름 아닌 내왕이었기 때문이다.
하인의 아내에게 손을 댄다는 것은 주인으로서 아무래도 좀 체통에 관한 문제였고, 또 위험 부담도 안아야만 했다. 하녀들을 범하는 것과는 성질이 달랐다.


하녀들은 몸값을 지불하고 사온 여자들이기 때문에 자기 물건이나 다름이 없었고, 남편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마음만 내키면 언제든지 데리고 놀 수가 있었다.
그렇게 해도 아무도 뭐라고 속으로 나마 욕하질 않았고, 오히려 당연한 일로 여겼다.
그러나 하인의 아내는 자기가 사온 게 아니라, 엄연히 임자가 있는 몸이니, 말하자면 남의 것에 손을 대는 셈이어서 비난을 받고도 남았다.
비난뿐 아니라,
자칫하면 목숨이 위태롭기도 했다.
같은 현 내의 어떤 부호 하나가 하인의 아내를 건드렸다가, 그녀의 남편의 칼에 온몸이 난자당하고, 아랫도리의 물건이 잘려서 처참하게 살해된 일이 있었다. 


노비들이란 평소에는 주인에게 굽실굽실 비굴할 정도로 순종을 하지만, 일단 치명적인 일을 당하면 까짓것 미천한 목숨 버리면 어떠냐는 식으로, 무섭도록 악랄하게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들의 그런 속성을 잘 알고 있는 터이라, 서문경은 송혜련을 범하는 일에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떤 방식으로 손을 뻗치는 게 좋을까 하고 서두는 일 없이 서서히 궁리를 하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겨울이 가고 봄빛이 산야를 물들이기 시작할 무렵 동경에서 소식이 왔다.
반역죄로 옥에 갇혀 재판을 받아오던 양제독이 마침내 풀려났다는 반가운 기별이었다. 

곧 진경제는 아내 양교랑과 함께 장인의 출옥을 축하하기 위해 동경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런데 진경제는 동경에 있을 때도 처가살이를 하는 처지였기 때문에, 그곳으로 다시 옮겨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서문경의 비서격이 되어 전당포 일을 맡아서 하고 있는 터이라, 이곳을 떠나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저 한 번 문안차 다녀오기로 했다. 


그 얘기를 듣고 서문경은 흡족해 하며 말했다.
“고맙네. 이곳을 떠나지 않고, 내 일을 계속 도와주겠다니 말이야.
나는 자네를 내 오른팔로 생각하고 있으니, 아무쪼록 앞으로 오래오래 내 곁에 있어주게.
그러면 내가 나중에 자네에게 사업체 하나를 떼어줄 생각이네.
약국과 전당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차 여러 가지 사업을 벌여나갈 생각이니까”
동경에서 소식이 오자, 양제독의 석방을 기뻐하면서도 서문경은 진경제가 이제 동경으로, 돌아가게 되는구나 하고 무척 섭섭해 하였는데, 뜻밖에 다녀와서 자기 곁에 있겠다니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서문경은 옳지, 기회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번쩍 머리에 와 닿기도 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말이야, 자네들 내외가 동경에 무사히 잘 다녀올 수 있도록 사람을 하나 딸려 보내도록 하지” 


그말에 진경제는,
“아이구, 그렇게 해주신다면 그 은혜는 두고두고 잊을 수가 없지요”
고맙기 그지없는 듯 몇 번이나 머리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서문경이 내왕에게 그 임무를 맡긴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말하자면 서문경은 한꺼번에 세 가지 기쁨이 겹친 셈이다.
첫째는 양제독이 석방되었으니 일가친척의 한 사람으로서 이제 깨끗이 걱정이 가시고 푹 마음을 놓게 되어 기쁘고,
둘째는 진경제를 앞으로 계속 자기 밑에 거느리게 되어 기쁘며,
셋째는 내왕을 동경으로 진경제 내외를 수행토록 함으로써, 송혜련을 범할 기회가 와서 기뻤다. 


서문경으로부터 그 분부를 받은 내왕은 여느 때와는 달리 좀 마음이 내키지가 않았다.
여느 때는 동경으로 심부름을 가게 되면 긴 여로가 힘겹기는 했으나, 황제가 나라를 다스리는 도읍지(都邑地)에 간다는 생각에 가슴이 부풀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송혜련과의 신혼 생활이 한창 깨가 쏟아지듯 하고 있는 터이라, 아내를 혼자 두고 떠나기가 무척 섭섭했던 것이다.
갔다가 바로 돌아와도 석 달은 걸릴 터인데, 그곳에서 진경제 내외가 얼마동안 머물지 알 수 없으니,
오랜 이별이 될 게 뻔했다.
내왕은 아내가 놀랄까 싶어서 그 말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러나 송혜련은 뜻밖에도,
“어머, 그래요?”
하고 오히려 좋아서 놀라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동경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그녀는 남편이 그곳에 간다고 하니 대견하고,
무슨 자랑거리라도 되는 것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언제 가는데요?”
약간 부럽기도 한 듯이 묻는다. 


아내의 그런 반응에 마음이 놓이면서도 의외로 섭섭해 하지 않는 게, 좀 서운하기도 한 듯 도리어 내왕이 시무룩한 어조로 대답한다.
“내일 떠난다구” 

“그래요? 동경에 갔다가 언제 돌아와요?” 


“바로 오면 석 달쯤 걸리지.
그런데 진경제 내외가 거기서 얼마동안 있을지 알 수가 있어야지” 

“그럼 넉 달이 될지, 다섯 달이 될지 모르겠네요?” 

“글쎄 그렇다니까” 

“어머, 그래요?”
그제야 송혜련의 얼굴에 슬그머니 수심의 그늘이 어린다. 

“주인어른이 시키는 일이라 안 가겠다고 할 수도 없고...” 

“..........” 

“그러나 너무 걱정 말어. 진경제가 전당포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데, 자리를 비우고 동경에 오래 있지는 않을 거 아니겠어” 

곧 돌아와도 석 달은 걸린다니, 송혜련은 삼 개월을 혼자서 지낼 일을 생각하니 심란한 듯 아무 말이 없다. 

내왕도 잠시 입을 꾹 다물고 앉아 있다가 그윽한 시선으로 아내를 바라보며 말한다.
“도리 없는 일이니 다녀올 테니까, 그동안 몸조심하고 있어야 돼”
‘몸조심’이라는 말이 그 어감으로 보아 건강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다른 뜻인 듯해서 송혜련은 씁쓰레한 웃음을 히죽 떠올린다.
“그런 염려는 조금도 말아요.
당신이나 무사히 다녀오도록 해요.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게요” 

“고마워. 정말 당신은 좋은 여자야”
그러면서 내왕은 그만 송혜련에게 다가가서 지그시 끌어안아 버린다.
이별을 아쉬워하며 그들 부부는 그날 밤 자정이 넘도록 거듭거듭 뜨거운 정사를 나누었다.
두 번째 행위를 마치고 잠시 늘어져 누웠다가 내왕이 다시 삼 회전으로 들어가려 하자, 


송혜련은,
“여보, 당신 내일 먼 길을 떠나는데 너무 이러면 피곤해서 어쩌려고 그래요.
그만 푹 자도록 해요”
하고 타이르듯 말했다. 

“문제없다구. 걱정 말고, 자...”
내왕이 다시 뜨거워진 욕망을 갖다가 들이대자, 

그녀는 결코 싫지가 않아,
“아으- 아으윽!”
하면서 받아들인다. 


내왕이 진경제 내외를 수행해서 동경으로 떠나고 나자, 서문경은 송혜련에게 손을 뻗칠 구체적인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몇 가지 방법이 머리에 떠올랐다.
첫째는 직접 자기 거처로 불러들여 구슬려서 일을 치러버리는 방법이었다.
주인으로서 어쩌면 가장 점잖고, 체통이 유지되는 방법일 것 같았다.
그러나 몸종인 아량이의 눈에 띄지 않고, 그 일을 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량이뿐 아니라 다른 하녀들, 그리고 자칫하면 아내들 가운데 누군가의 눈에 띌 염려도 없지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낌새를 알아챈다는 것은 절대로 좋지 않은 일이어서, 그 방법은 안 될 것 같았다.
사람의 입이란 무서운 것이어서 낌새를 알아채면 반드시 그 말이 은밀히 퍼질 것이며, 결국은 나중에 동경에서 돌아온 내왕의 귀에 들어갈 게 뻔했다.
그렇게 되면 내왕으로부터 어떤 보복을 당할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둘째는 그녀의 거처로 서문경 자신이 찾아가서 수작을 벌이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그 방법은 첫째 방법보다 월등히 더 어려울 것 같았다.
하인들의 살림집이 닥지닥지 붙어있는 좁은 구역 안에 아무도 모르게 발을 들여 놓는다는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물며 그녀의 좁은 단칸 거처에서 수작을 부리다니, 될 말이 아니었다.
대번에 하인들의 전 식구가 알고 무슨 큰 변이라도 난 듯이 수군댈 게 뻔했다. 


셋째 방법은 송혜련을 밖으로 불러내어 바깥에서 유혹하는 일이었다.
대뜸 떠오르는 게 왕파네 찻집이었다.
그곳 내실에서 이미 수춘이를 건드린 일이 있고,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장죽산에게 개가한 이병아를 강제로 짓이기려 덤빈 적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서문경은 아무래도 그 방법을 택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송혜련을 왕파네 찻집으로 불러내기 전에 일단 그녀의 마음을 떠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 보기에 남자를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을 풍기고는 있으나, 성품이 어떤 여잔지 전혀 모르는 터이니 말이다.
덮어놓고 불러내어 그 자리에서 먹어치우려 할 경우,
혹시 그녀가 완강히 거절이라도 하면 그런 망신이 없질 않는가.
이병아처럼 그녀도 성깔이 있어서 또 불알이라도 잡아당기는 날이면 큰일인 것이다.
그런 수모를 또 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도 먼저 어떤 방법으로든 유혹의 손길을 뻗쳐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다음 그녀가 스스로 제 발로 찾아 나오도록 하는 게 현명한 일이라 싶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먼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을 방법이었다.
그건 간단했다. 고기를 낚으려면 미끼가 있어야 하질 않는가.
여자를 낚는 데도 이치는 마친가지였다.
눈이 번쩍 뜨일 미끼를 던지면 그것을 안 물고 배기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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