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指東說西

중국인 작가 차이위치우의 저서 '모략'이라는 책 내용 중에 指東說西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말을 직역하면 ‘동쪽을 가리키며 서쪽을 얘기 한다’는 뜻 쯤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겁니다. 보통 이말은 에둘러 말함으로써 귀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상대에게 충고하는 방법을 일컬을 때 쓰는 말입니다. 책에서는 이말을 설명함에 다음의 이야기를 적어 놓고 있습니다.

전국시대 제나라에 성격이 무척 급한 경공이라는 임금이 있었습니다. 경공은 사냥을 무척 즐겼는데 한번은 신하들과 사냥을 나갔다가 사냥감을 관리하던 '척추'라는 신하가 그만 실수로 왕이 사냥해야 할 사냥감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화가 난 경왕은 당장 병사들에게 '척추'의 목을 치라 명하였고 왕의 과격한 성격을 익히 아는 신하들은 아무도 나서서 척추의 구명을 청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때 지혜로운 안영이라는 신하가 조용히 나서서 왕에게 이렇게 아뢰었습니다.
‘임금님, 저 척추가 자기 임무를 소홀히 하여 임금님이 사냥하실 사냥감을 잃어버렸으니 죽어 마땅한 자입니다. 하오나 그냥 죽이시면 저 놈은 하찮은 사냥감 때문에 자신이 죽게 되었다고 억울해 할 것이고, 이 소문을 들은 세상 사람들이 제나라 경공은 그깟 사냥감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어리석은 임금이라고 비웃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척추가 왜 죽어 마땅한지 그 죄를 분명히 한 후에 목을 베겠습니다.’ 라고 한 후 죄인 척추를 향해 꾸짖기를,

‘네 이놈, 죄인 척추는 듣거라. 너는 다음의 세 가지 큰 죄로 죽는 것이니라.
첫째. 네 임무를 소홀히 하여 우리 임금이 그토록 아끼시는 사냥감을 잃어버린 죄.
둘째. 우리 임금으로 하여금 그깟 사냥감 때문에 사람을 죽이게 한 죄.
셋째. 우리 임금이 사냥감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는 소문이 퍼져, 세상 천하 사람들로 하여금 잔인하고 어리석은 임금이라고 욕을 하도록 만든 죄니라.‘ 하고 짐짓 꾸짖고 형리에게 당장 목을 치라고 명하자 그때서야 경공은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안영의 말뜻을 깨닫고 척추를 용서하여 주었다고 합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여기에 적는 것은 우리도 어떤 논제를 갖고 토론을 할 때나 행여 누구를 비판하려 할 때 '지동설서'의 지혜를 가져봄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그리고 지금이 좀 더 부드러운 은유와 해학의 여유가 절실히 요구되는 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구요. 우리가 글을 쓰고 대화를 나눌 때 반드시 명쾌하거나 논리적 귀결이 완전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특히 자신의 어떤 주장이 특정인, 특정 무리들에 불쾌감을 줄 수 있는 표현이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안영처럼 우회적으로 상대를 스스로 깨닫게 하는 방법이 가장 현명한 상대 설득 방법이 아닐까요?

지금 시국의 분위기가 살벌해진 연유도 따지고 보면 몇몇 분들의 절제함이 없는 과도한 감정 표출이 원인이었다는 생각입니다. 이 순간에도 언중에 칼을 품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려는 분들이 계심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진보와 보수가 서로 적일 수는 없습니다. 서로간의 견해의 차이를 확인하면 족할 일에 굳이 인격까지 훼손해가며 치열하게 다투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어차피 인간의 삶이란 ‘아’와 ‘피아’의 끊임없는 경쟁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인간 본성의 근저에는 ‘피아’를 이김으로써 ‘자아’를 실현해 보이려는 욕망이 자리해 있는지도 모르구요. 또한 그런 본능이 ‘자아’ 이외의 ‘피아’는 적으로 간주하게 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이 시국 만큼은 ‘이성’과 ‘합리’가 지배하는 상생의 공간으로 만들어 보길 제안해 봅니다. 인간다움이 사라져 버린 삭막함 보다는 禮와 道가 존중되어지는 품격 있는 공간, 가치 있는 공론의 장으로서의 디국을 우리가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 누구도 완벽한 인간은 없습니다. 살아가면서 부단하게 배우고, 경험으로 더불어 학습하면서 공존하는 지혜를 터득하는 것이겠지요. 그런 지혜들이 善작용을 하면서 더 높은 가치의 ‘자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들입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을 하는 것만이 반드시 용기 있는 행동은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유함으로 강함을 이길 수 있는 지혜도 필요한 것이지요. 때로는 자신이 용기라고 믿고 하는 행동들이 용기가 아니라 만용일 때도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나만 옳다는 독선은 이제는 버려야 합니다. 상대를 인정하고 마주해야만 옳은 대화가 가능합니다.
동쪽을 가리키며, 실인즉 서쪽을 말하는 ‘指東說西’의 지혜가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는 것을 다같이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건강한 삶을 위하여

글쓴이 : 너럭바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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