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좋은시

[스크랩] 마음을 밝히는 등불(271)

한마음주인공 2008. 11. 11. 13:55



        구지스님이 무주땅 금화산의 주지로 있을때 실제라는
        비구니 선객이 찾아 와 아무 말 없이 삿갓을 푹 쓰고

        석장을 짚은채 주지스님이 앉아 있는 주위를 세바퀴를
        빙글빙글 돌고 난 다음 엄숙하게 한마디 말했다.

        "한마디 제대로 이르면 갓을 벗고 인사 하리다."

        이에 구지스님은 벙어리 모냥 한마디도 이르지 못하
        니 비구니가 돌아가려고 막 나가는데 말했다.

        "서산에 해가 이미 넘어가서 캄캄한데 어디로 가려는
        가. 객실에서 하룻밤 쉬어감이 어떤가?"

        "어디 한마디 제대로 말하면 쉬어 가리다."

        구지 스님이 역시 한마디 말을 못하자 실제 비구니는
        돌아가 버렸다. 그리고 구지 스님이 일개 비구니스님

        에게 참패를 당하고 가만히 생각하니 명색이 일개 절
        의 주지 체면에 쥐구멍이라도 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서 그날 밤으로 선지식을 찾아 운수행각을 떠날
        것을 굳게 결심하고 절 내외를 정돈하고 보따리를 꾸

        려 놓고 잠시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백의 단장의
        산신령이 지팡이를 짚고 홀연히 나타나서 말했다.

        "그대가 그 처럼 굳게 결심을 했다면 구태여 이 절을
        버리고 딴곳으로 갈것 까지 없고 그대를 위하여 지도
        해줄 대덕스님이 몇일 내로 올테니, 그날을 기다려라."

        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잠을 깨고보니 꿈이었다.
        그래서 구지스님은 짐보따리를 도로 풀어놓고 대덕

        스님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던 어느날, 대 선지
        식으로 이름난 천룡스님이 찾아왔다. 스님을 상석에

        모시고 삼배를 올린다음 몇일 전 비구니에 패배당한
        일을 자세히 여쭙고 말했다.

        "청컨데 대덕께서 자비로 소승을 지도하여 주소서"

        이에 천룡 스님이 아무 말 없이 대뜸 손가락 하나를
        세워 보이자 이때 구지스님은 크게 깨쳤다.

        그후 구지스님은 오늘은 매우 덥습니다. 해도 손가락
        을 세우고, 불법이란 어떤것입니까? 해도 손가락을 세

        우고, 안녕하십니까? 해도 손가락을 세워 일평생을 손
        가락 하나로 일관했다고 한다.

        * * *

        과연 구지 스님이 손가락 하나를 세워 보이는 뜻은 무
        슨 뜻인가? 천지와 나와 둘이 아니고 하나일때 삼라만

        상 일체가 하나인 것이다. 진리가 오직 하나이기 때문
        에 하나만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면 그로 부터 천가

        지 만가지가 다 그안에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본래 부
        터 부동하고 고요한 바탕의 그 하나는 이름도 없고 모

        양도 없고 일체가 다 없으며 그 하나가 곧 시방세계를
        다 머금었나니, 바로 그 하나가 나의 주인공인것이다.

        의상조사 법성계

        법의성품 원융하여 두 모양이 본래없고
        모든법이 동함없어 본래부터 고요해라

        이름없고 형상없고 온갖것이 다없으니
        깨달아서 알뿐 다른 방법으론 모르리라

        참된성품 깊고깊어 지극히 미묘하여
        자성만을 지키지 않고 인연따라 나타나네

        하나속에 모두있고 일체속에 하나있어
        하나가 곧 모두이고 모두가 곧 하나이니

        조그만 한 먼지속에 시방세계가 머금었고
        일체 낱낱속에 역시 시방세계가 다들었네

        한량없는 길고 긴 시간이 바로 한 생각이고
        한 생각 짧은 시간이 한량없는 긴 새월이네

        구세도 십세도 서로 엉킨듯 하나가 되고
        서로 엉킨듯하나 각각 뚜렷한 삼라만상이네

        처음 발심한 그때가 곧 정각을 이룬 때고
        생사열반이 다르지 않아 서로 같은 바탕이네

        본체와 차별현상이 아득하여 분별없는 그곳
        시방세계 제불 보현보살 대인들의 경계일세

        부처님 해인삼매 그 속에 온갖 것 갈무리고
        불가사의 무진 미묘법문 마음대로 쏟아내어

        허공 가득 법비를 내려 일체중생 이로웁네
        중생들의 근기에 따라 온갖 이익 얻게 하니

        수행자가 진리의 고향으로 바로 돌아가면
        망상을 안쉴려고해도 안 쉴길 바이 없네

        무연자비 방편으로 여위보주 잡아쓰니
        고향으로 돌아가서 능력따라 양식 얻네

        한량없고 끝 없는 다라니의 무진보배로써
        온 법계를 장엄하여 극락보전 이루고서

        다함없는 참된법의 중도상에 편안히 앉아
        옛부터 만겁에 부동한것 그이름이 부처일세



출처 : 마음에 등불
글쓴이 : 曉潭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