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좋은시

[스크랩] 마음을 밝히는 등불(281)

한마음주인공 2008. 11. 11. 13:45

묵언 수행을 여법하게 잘 하기로 소문난 한 수좌(首座)
가 있었다. 그는 십년의 묵언정진(默言精進)에다 등을
촌각(寸刻)도 바닥에 눕지 않는 장좌불와(長坐不臥)에
일일 일식(一日一食)으로 여법한 수행을 하고 있었다.
그는 묵언수행을 지키느라 어떤 일이 있어도 입을 열지
않았으며 그는 극도의 고행으로 인해 뭇 수좌들의 존경
을 받아 왔는터인데, 어느날 해제(解制)철이 되어 모든 
수좌들이  만행(萬行)을 떠났는데도 그는 텅빈 선방에
홀로 앉아 정진을 계속하고 있었는데, 오래된 선방의
천정에는 거미줄이 여기저기 드리워져 연결된 전깃줄
의 누전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고 말았다. 이때 불
길을 처음 발견한 묵언수좌는 좌복을 벗어 흔들고 비
상목탁을 두들기고 온갖 제스쳐(gesture)를 다 써 보
았지만 이미 불길은 겉잡을 수 없이 타들어가 고색창
연한 선방 한 채는 고스란히 잿더미로 변해 버렸다. 
다음날 경찰과 소방관이 나와 화재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그는 묵언을 풀지 않고 오직 손짓과 발짓
으로만 조사에 응해 묵언수행 경험자의 통역으로 통
했었다. 이 광경을 지켜본 많은 대중들의 의견은 두
갈래로 엇갈렸지만 대다수는 그의 수행 열정에 감탄
을 했었다. 그러던 그해 동안거 때가 되자 모두들 선
방에서 정진을 하고 있는데도 그는 매서운 추위에
도 아랑곳하지 않고 추운 마루에 홀로 앉아 정진을 
계속했다. 이때 입승이 몇몇 건장한 수좌에게 곁눈
짓으로 묵언수좌를 무력으로 선방에 옮기려 하자  
이를 눈치챈 수좌는 재빨리 산 속으로 들어가 숨어 
버렸다. 그러자 대중들은 몇일 동안을 산속을 뒤적
이며 그를 찾아 헤매다가 3일만에야 선원 뒷산의 어
느 컴컴한 굴속에서 발견되어 건장하고 힘센 수좌들
에게 끌려와 그는 그렇게 엠블런스에 실려 정신병
동에 감금되어졌다. 그일에 대해 조실스님이 내린
일갈. "왜들 육신을 괴롭히는 것을 도를 닥는 것이
라 착각들을 하나, 쯧쯧.. 에고(ego)와의 갈등을
도를 닦는 것으로 착각하는 못난놈 쯧쯧......."
            *               *              *
선(禪)은 가장 불합리적인 것이고 실질적이고 
개인적 체험이며, 또한 가장 불가사의하여 분석
이나 비교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오직
체험의 적나라(赤裸裸)한 실제 파악이며, 보이는 
것과 볼 수 없는 것과 이상적인것과 본체적인것
의 합일체의 직접적 파악이다. 그리고 선(禪)은
무문(無門)이라 문이 있어 들어가는 것도 문이 
없어 들어가지 못하는 것도 아니며, 그 문은 꼭 
존재하는 것도 아니며, 즉 문이 있고 없고의 구
분을 한다면  그것은 이미 선(禪)이 아닌것이다. 
또한 불변적 정답(不變的正答)이 어느 상황에나 
맞는건 아니며 생사대사(生死大事)를 깨닫는데는
오직 자신만 의지할 뿐 절대로 남이 대신할 수 없
는 것. 남의 관념을 지닌자는 마치 앵무새의 지껄
임마냥 말을 할 망정 그 의미를 모른다. 
눈이 있어 눈이 드냐 귀가 있어 귀 이드냐
다함 없는 둥근 달은  온 천지에 찬란하고
구멍없는 피리소리는 근기 따라 청량한데
십이처에 참 주인은 온데 간데 흔적 없고
빈객들만 공연스레 번거롭게 오가는구나
 

    출처 : 마음에 등불
    글쓴이 : 曉潭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