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고교동창 이재혁님이 카톡으로 &&&& ■금병매(086) *자살 소동 12 &&&&라는
글을 주셔서 사진첨부 정리해 작은별밭 가족들과 함꼐 고유 하려 합니다
■금병매(086) *자살 소동 12
말하자면 맹옥루은 예복을 판 셈이 되었다.
그것을 비단 보자기에 싸가지고 맹옥루는 몸종인 낭려(娘麗)를 시켜 이병아에게 보내려 했다.
그러자 서문경은,
“아니야, 일단 내 방으로 가지고 가자구”
하고 낭려에게 이른다.
예복을 맹옥루의 몸종인 낭려를 시켜 보내서는 이병아가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싶었던 것이다.
서문경은 보자기를 든 낭려와 함께 자기 거처로 돌아오자, 낭려는 돌려보내고, 아량이를 불렀다.
“이걸 말이야 이병아 마님한테 갖다 주라구.
내가 보내는 거라고 하고서... 알겠지?”
“예”
“그리고 오늘밤에 내가 간다는 말도 전하라구”
“예, 알겠습니다.”
아량이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ㅍ그 비단 보자기에 무엇이 들었는가 싶은 듯,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집어 든다.
그리고 얼른 거실을 나간다.
아량이로부터 그 비단보자기를 받은 이병아는 난데없이 뭔가 싶어 그것을 탁자위에 놓기가 바쁘게 풀어본다.
“어머나”
약간 의외라는 그런 표정이다.
“주인어른께서 오늘밤에 오신다는 말도 전하라 그러시던데요”
아량이의 말에 이병아는,
“오냐, 알았다”
하고는, “호호호...”
그 예복을 들여다보며 혼자서 나직이 웃는다.
서문경이 왜 예복을 보냈는지, 그 뜻을 알았던 것이다.
그날밤,
이병아는 술과 안주를 잘 갖추어 놓고서 그 예복을 입고 서문경이 찾아오기를 기다렸다.
물론 굵은 새 홍밀촉(紅密燭)에 불을 밝혔다.
말하자면 다시 초야(初夜)의 신부로 돌아간 셈이었다.
보내준 예복을 다시 입고 기다리기가 좀 쑥스럽기는 했으나, 이병아는 서문경의 뜻을 헤아렸기 때문에 입기로 했던 것이다.
예복을 보낸 것은 그날 자기가 입고 있던 예복을 마구 찢어서 벗겨냈기 때문에
그 일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서 이기도 했겠지만,
그것보다도 다시 신부가 된다는 마음가짐에서 그것을 입고 말하자면 정식으로 첫날밤을 맞이하는 게 좋겠다는 뜻으로 생각되었다.
그리고 일부러 보내준 예복을 그냥 장롱 속에 집어넣어 버린다는 것은 그의 성의를 무시하는 처사 같기도 했던 것이다.
예복을 입고 다소곳이 앉아 한참 기다리고 있노라니까,
뚜벅뚜벅...
복도를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이병아의 얼굴에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내실로 들어선 서문경은 그 자리에 우뚝 멈추어 서서 벙그레 밝은 웃음을 웃는다.
오래간만에 서문경이 이병아에게 보내는 훤한 웃음이었다.
서문경의 웃음 띤 시선과 마주치자,
이병아도 절로 나긋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그러나 그녀는 좀 수줍은 듯이 살짝 시선을 내리깐다.
새삼스럽게 예복을 입고 앉아있는 게 어쩐지 쑥스러웠던 것이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몹시 마음에 드는 듯 서문경은 계속 벙글거리며 다가가서
맞은편 의자에 정좌를 한다.
이병아를 찾아오면서 서문경은 혹시 예복을 입고 있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꽤나 마음이 쓰였다.
그런데 자기의 의도대로 그것을 차려입고서 정식으로 초야를 맞이하는 신부처럼 다소곳이 앉아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곧장 벙글벙글 훤한 웃음이 얼굴에서 떠나지가 않는 것이다.
서문경은 비록 혼례 때 입는 예복은 아니었으나, 의관을 정제하고 있었다.
탁자 위의 상보를 이병아가 가만히 걷어낸다.
술과 갖가지 안주가 잘 차려져 있다.
서문경은 앞에 놓인 잔을 든다.
“자, 한잔 따르구려”
이병아는 술병을 두 손으로 들고 살짝 일어서며 공손히 그 잔에 술을 따른다.
표정이며 몸가짐이 나무랄 데 없는 신부다.
잔에 술이 차자,
서문경은 그것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서 이번에는 자기가 이병아의 잔에 술을 따라준다.
두 사람이 동시에 술잔을 두 손으로 공손히 들어 올려서 똑같이 입으로 가져간다.
말하자면 초야의 합환주(合歡酒)인 셈이다.
술을 마시고 안주를 집으며 서문경이 입을 연다.
“여보, 우리가 드디어 부부가 됐구려”
“예, 정말...”
이병아는 꽤나 감격스러운 듯 말끝을 잇지 못한다.
“하마터면 우리가 부부가 되질 못하고 영영 헤어질 뻔 했잖소”
“맞아요. 어렵게 부부가 됐지 뭐예요”
“쉽게 부부가 되는 것보다 어렵게 부부의 인연을 맺는 편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는 훨씬 나을 거야.
시련을 겪은 셈이니 행복이 뒤따르지 않겠어?”
“그랬으면 좋겠어요”
이병아는 벌써부터 그 행복감에 흠뻑 젖는 듯한 표정으로 서문경의 잔에 다시 술을 따른다.
한참 둘이서 합환주를 마신 다음, 이병아가 스스럼없이 말했다.
“여보, 오늘밤은 이제 그만 마시기로 해요. 나 벌써 꽤 취했다구요”
“좋아. 무슨 말인지 알고말고. 허허허...
나도 기분 좋을 정도라구. 자, 그럼 일어나기로 할까”
서문경이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자 , 이병아도 얼른 따라 일어선다.
서문경은 이병아의 한쪽 손을 잡는다.
그리고 그녀를 인도하듯 침실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오래간만에 이병아와 한 이부자리 속에 드니 서문경은 꽤나 기분이 야릇했다.
그전에 수없이 어루만지고 짓이긴 몸뚱어리였지만,
그동안에 골이 깊은 갈등을 겪은 터이고 또 하마터면 영영 이 세상에서는
다시 만나지 못할 그런 위험한 고비까지 넘긴 터이라 그런지, 더없이 애틋하게 느껴지며 새로운 감촉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말하자면 서문경은 세 번째 이병아를 겪는 셈이었다.
첫 번째 이병아는 화자허의 아내 즉 유부녀였고,
두 번째 그녀는 남편과 사별한 미망인이었으며,
세 번째인 이제는 자기의 아내인 것이다.
그러니까 남편으로서의 첫날밤이어서 서문경은
그전과는 또 다른 묘한 기분일 수밖에 없었다.
서문경의 품에 안겨 그의 입술과 손길에 온몸을 다소곳이 내맡기고 있는 이병아 역시 기분이 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전에는 정부(情夫)였으나, 이제는 남편이어서 그런지 어쩐지 몸과 마음이 함께 편안하게 달아오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어려운 고비를 용케 넘겨 결국 그의 아내가 된 터이라 무척 감회가 깊기도 했다.
지그시 눈을 감고 얌전하게 서문경의 애무를 받아들이고만 있던 그녀가
슬그머니 한손을 남편의 하체 쪽으로 가져갔다.
말할 것도 없이 이미 남편의 욕망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의 손이 잠시 그곳에 머물다가 가만히 그 밑으로 내려가자,
서문경은 약간 놀라며 불쑥 그러나 속삭이듯이 말한다.
“잡아당기지는 말어. 응?”
“히히히...”
이병아는 재미있다는 듯이 킬킬거리고 나서,
“내가 뭐 만날 불알을 잡아당기는 여잔 줄 알아요?”
하면서 살짝 곱게 눈을 흘긴다.
서문경도 히들히들 싱겁게 웃는다.
“그때 난 죽는 줄 알았다구.
당신이 그렇게 사정없는 여잔 줄은 미처 몰랐지 뭐야”
“난 당신이 그처럼 무지막지한 남잔 줄을 몰랐었다구요.
싫다는데 막 쓰러뜨려 가지고 강제로 그러는 법이 어딨어요”
“그때는 말이야, 당신이 미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구. 일종의 질투심이겠지.
장죽산이란 놈의 품에 당신이 안긴다는 생각을 하면 미치겠더라니까.
그래서 그런 거지”
“여보, 이제 그만해요. 지나간 일은 잊어버리기로 했잖아요”
“맞아. 자, 그럼 여보, 서서히 시작해 볼까?”
“응, 나 정말 당신이 그리웠다구.
앞으로 오래오래 죽을 때까지 사랑해 줘야 돼, 응?
나 당신의 좋은 아내가 될께”
이병아는 애교있는 투정을 하듯 반말이다.
“그러고 말고. 난 정말이지 지금까지 겪은 여자들 중에서 당신을 제일 좋아한다구.
그러니까 모든 일을 눈감아 주고서 아내로 맞아들인 거지”
“고마워요. 나도 당신이 남자 중의 남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용서 받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고서도 염치 불구하고, 기어이 다시 당신 품안으로 돌아온 거예요”
“잘했어, 잘했다구”
서문경의 하는 소리나 이병아의 말이 다 거짓이 아니었다.
남녀의 이불 속의 속삭임이란 다분히 입에 발린 과장된 그런 것이지만,
두 사람이 부부가 되어 첫날밤을 맞이해서 지금 나누고 있는 말들은 조금도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말은 어디까지나 서로의 육체를 두고서 하는 말이었다.
‘지금까지 겪은 여자들 중에서 당신을 제일 좋아한다’는 서문경의 말이나,
‘남자 중의 남자’라는 이병아의 말이 다 육체가 그렇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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