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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화 (28)점괘

한마음주인공 2022. 5. 17. 16:17

오늘 오후  고교동창 이재혁님이 카톡으로 %%% 야화 (28)점괘  %%%라는 글을 주셔서 사진을 첨부 정리해

작은별밭 가족들과 함께 공유 합니다

 

 

 

야화 (28)점괘

남산골 오봉사는 장안에서 꽤나 알아주는 장님 점쟁이다. 주역을 통달해 사람의 앞날을 잘 맞힌다고 소문이 나 오봉사를 찾아오는 손님이 골목을 메운다. 오봉사는 들어오는 복채를 차곡차곡 쌓아뒀다가 골목 아래 대로변에 집을 하나 사서 점보는 곳을 새집으로 옮겼다.

어느 날 홍대근이 점을 보러 오봉사를 찾아갔다. “질질 끌다가는 시퍼런 낫에 목이 날아가!” 오봉사가 대뜸 일갈하자 홍대근의 가슴이 철렁한다. “빨리 손을 끊어! 9월은 피를 피해야 혀. 그 여자 목숨도 풍전등화야.”

 

 

“알겠습니다.” 홍대근이 힘없이 대답했다. 홍대근은 장안을 휘젓고 다니는 이름난 오입쟁이다. 투전판에서 어울린 노름꾼 박치의 마누라와 눈이 맞아 간통을 하는 중이다. 홍대근은 투전판에 들러 박치가 없으면 거기서 노름을 하고 박치가 노름을 하고 있으면 박치네 집으로 가 그 마누라의 고쟁이를 벗기는 것이다. 하루는 박치의 마누라와 한참 열을 올리고 있는데 대문을 발로 차며 박치가 들어왔다. 홍대근은 얼른 벽장 속으로 들어가 벌거벗은 채 쪼그리고 앉아 “내 인생 이렇게 끝나는구나” 벌벌 떨고 있는데 방에 들어온 박치는 베개 옆의 마누라 은비녀를 낚아채서 도망치듯이 밖으로 나가버려 큰 낭패를 면한 일도 있었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오봉사의 점괘를 따르기로 했다. 홍대근이 복채를 두고 일어서는데 오봉사 마누라가 점심상을 이고 왔다. 갑자기 홍대근의 하초가 뻐근해졌다. 몰골이 볼품없는데다 쉰을 넘긴 오봉사가 어떻게 저렇게 아리따운 색시를 얻었는지 홍대근은 넋을 잃고 쳐다봤다. 허우대가 멀쩡한 홍대근의 시선이 싫지 않은 듯 오봉사 색시가 눈을 흘기며 야릇한 색기를 내뿜는다. 홍대근은 밖으로 나와 골목에 몸을 숨겼다가 점심상을 이고 남산골 골목을 오르는 오봉사 색시를 뒤따라갔다.

 

 

 

살 오른 엉덩이를 흔들며 골목을 돌아 올라 살림집 대문을 들어설 때 홍대근도 바짝 붙어 들어가 뒤에서 한손으로 오봉사 색시의 입을 틀어막고 또 한손으로 머리에 인 점심상을 잡았다. 대문을 잠그고 문간에 선 채 치마를 걷어 올리고 고쟁이를 벌렸다. 일을 치른 홍대근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남산골을 내려가다가 오봉사 점집에 다시 들렀다.

“왜 또 왔어?” “하나만 더 물어보려구요. 본서방이 알고 있을까요?” 사주를 짚어보던 오봉사의 얼굴이 붉어졌다. “빨리 도망가! 본서방이 바로 이 근방에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