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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시인 김삿갓 02-(42)* 친구와의 돈 거래도 남들 처럼.

한마음주인공 2022. 4. 12. 13:52

오늘 고교동창 이재혁님이 카톡으로 &&&& ●방랑시인 김삿갓 02-(42)
* 친구와의 돈 거래도 남들 처럼.  &&&&라는 글을 보내 주셔서

사진을 첨부 정리해 작은별밭 가족들과 함께 공유하려 합니다

 

 

 

●방랑시인 김삿갓 02-(42)
* 친구와의 돈 거래도 남들 처럼.

김삿갓이 산을 내려와 객점(客店)에서 해장술을 마시는데 , 안쪽 구석에서는 어떤 시골 사람이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는 술을 몇 잔 거푸 마시며 한숨까지 몰아 쉬더니 , 한탄어린 소리를 지껄였다.
"제길헐 ! 이놈의 세상은 어떻게 되려는지, 사또란 자는 눈앞에 도둑놈 하나를 잡아 주지도 않네 ! "
하면서 ,사또가 들으면 목이 날아갈 소리를 마구 퍼붓고 있었다.

김삿갓이 건너다 보니, 돈푼이나 있어 보이는 순박한 시골 사람 같은데,
이렇게 사또를 나무라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하니 , 무척이나 억울한 사정이 있어 보였다.

 

 

 


남의 딱한 사정을 모른척 넘기는 법이 없는 김삿갓 , 기어이 술상을 냉큼 들고 그 사람 앞으로 갔다.
"노형은 무슨 억울한 사정이 있기에 , 혼자서 그렇게도 한탄하고 계시오. 초면이지만 , 우리 술이나 한잔씩 나누면서 화를 풀어 버리기로 합시다. 왜 ,옛 말에도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 하지않소 ?"

그러자 혼자 화를 내며 푸념을 하고 있던 사람은 , 김삿갓이 내밀어 주는 술잔을 받으며 억울한 자기 형편을 일장 늘어 놓았다.
"이보시오 노형 ! 내 말 좀 들어 보시오. 세상에 이런 경우가 있단 말이오 ? " 하며 거침없이 있는 속내를 드러냈다.
" 나는 얼마전에 , 친구한테서 돈 천 냥을 빚으로 얻어 썼다가 , 8백 냥은 먼저 갚아 주고 ,2백 냥은 나중에 갚아 주었소. 그런데 소위 친구란 놈이 2백 냥만 받고 , 그전에 갚은 8백 냥은 받은 일이 없노라고 잡아떼고 있으니,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이오."

 

 

 

 

김삿갓은 그 말을 듣고 너털웃음을 웃었다.
"허허, 말씀을 듣고 보니 노형은 친구끼리 돈 거래를 하다가, 피차간에 어떤 오해가 생긴 모양이구려.
그러기에 옛날부터 "가까운 사이에는 돈 거래를 안 하는 법"이라고 말들 하지 않습니까 "

이름을 양상문(梁想文)이라고 하는 그 시골 사람은 , 오해라는 말을 듣자 발끈해서 말하는데,
"에이, 여보시오. 오해가 무슨 놈에 오해란 말이오. 돈이 8백 냥이면 얼마나 큰 돈인데 그러시오.
나는 분명히 8백 냥을 먼저 갚아 주었는데 , 그 놈은 받은 일이 없다고 잡아떼고 있으니, 세상에 이런 기가막힌 노릇이 있겠소이까 ?"

"빌린 돈을 갚을 때 , 영수증은 받아 두지 않으셨습니까 ?"

 

 

 


"빚을 얻어 쓸 때에는 천 냥짜리 차용 증서를 또라지게 써 주었지만 , 돈을 갚을 때는 천 냥중에 8백 냥만 갚고 2백 냥은 못 갚았기 때문에 , 그 놈까지 갚고 나서 차용 증서를 돌려 받으려고 했다가,
이런 봉변을 당하게 됬다오."

양상문의 말에 따르면 , 그는 몇 달 전에 황주(黃舟) 고을에 사는 박용택(朴鏞澤)이라는 친구에게 돈 천냥을 빚으로 얻어 쓴 일이 있었다.
그때에 차용 증서는 천 냥짜리 한 장을 써 주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얼마 후에 빚을 갚으려고 하는데, 돈이 2백 냥쯤 부족하기에 , 우선 8백 냥만 먼저 갖다 주면서 차용 증서는 나머지 2백 냥까지 갚고 난후 돌려 받기로 하고, 영수증도 받지 않은 채 그냥 돌아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얼마 후에 잔금 2백 냥을 갖다 주면서 차용 증서를 돌려 달라고 했더니, 박용택이란 놈이, "자네가 언제 나에게 8백 냥을 가져왔단 말인가 ? 오늘은 2백 냥만 가져 왔으니 나머지 8백 냥을 가져 오기 전에는 차용 증서를 돌려 줄 수 없네 ! " 하고 말을 하면서, 양상문을 오히려 도둑놈으로 몰아 붙이더라는 것이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양상문이 화를 내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닐 것 같았다,
그러나 김삿갓은 태평스럽게 말을 해 주었다.
"8백 냥을 먼저 갚을때 차용 증서는 돌려 받지 못할망정, 영수증 만은 받아 둘 걸 그랬구려."

"에이, 여보시오. 친구지간에 그런 배신을 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소."

 

 

20220409 석영순 아우님 모판 흙넣기

 

 

"이러나저러나 빚을 깨끗이 갚았으면, 상대방이 무슨 소리를 하든 그냥 내버려 두면 될 게 아니오 ? "

양상문은 어이가 없었던지 김삿갓을 대뜸 나무란다.
"뭐요 ? 그냥 내버려 둬도 별일이 없을 것이라고요 ... ?
노형은 도둑놈의 심보를 그렇게도 간단하게 보시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