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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휘청거리는 제국, GE의 교훈

한마음주인공 2009. 12. 4. 11:20

[정갑영의 풀어쓰는 경제학] 휘청거리는 제국, GE의 교훈

매경이코노미  기사입력 2008-11-05 09:11  기사원문보기

 

 

 

‘GE’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 아이들은 에디슨의 전구를 먼저 생각할 것이고, 어른들은 튼튼하게 잘 만든 가전제품을 먼저 기억할 것이다. 좀 더 경제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대단한 세계적 기업’으로, 경영학 에세이라도 한 권 읽었다면 잭 웰치 전 회장의 신화나 현 CEO 제프리 이멜트를 알고 있을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지구상에 GE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GE는 실제로 이보다 훨씬 더 높은 평가를 받아 왔다. 다우존스지수에 100년 이상 편입된 유일한 기업,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고, 사업다각화에 성공한 최고의 기업으로 여겨져 왔다. 제트 엔진에서 발전기까지, 금융 서비스에서 정수시설과 미디어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GE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거대기업군”으로 모든 대기업과 지주회사들의 우상이 돼왔다. 광고 ‘GE is imagination at work!’ 그대로였다.

그런 GE가 이번 금융위기로 휘청거리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워렌 버핏으로부터 30억달러를 긴급 수혈받으면서 GE는 130년 역사상 최초로 날마다 시장과 숨 막히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자금 확보를 위해 120억달러의 주식을 매각했고, 주가는 1년 전의 반 토막 아래로 급전직하(急轉直下)해, 시장가치가 2000억달러나 줄어들었다. 버핏에게 매달리기 직전까지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큰소리치던 이멜트 회장의 자신감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어쩌다 GE가 미국 경제의 운명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위기에 처한 것일까. 비록 올해 3분기 이윤은 감소했지만, 그래도 지난해보다 10% 정도 적은 200억달러 흑자가 예상되는 GE 제국에 갑자기 무슨 일이 터진 것일까. 가장 큰 원인은 역시 GE의 금융 부문이다.

GE의 축복과 저주는 마치 미국 경제의 단면과도 같다. GE는 제조업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제조업보다 서비스가 주력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행여 GE를 거대한 제조 기업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면, 포천 500의 분류를 보라. GE는 미국 최대의 종합금융회사(Diversified financials)고, 그 다음이 바로 패니메이(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이다. 이쯤 되면 이제 GE의 위기를 쉽게 짐작하리라. 2, 3위 업체가 모두 구제금융을 받지 않았는가.

GE가 100%의 지분을 가진 GE캐피털은 월마트를 비롯한 각종 신용카드에서 주택 저당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며 GE 전체 이익의 절반 가까이를 만들어 왔다.

1800대의 비행기를 225개 항공사에 임대해 주는 서비스도 캐피털의 몫이었다. 캐피털은 금융 서비스로 GE를 도왔고, GE 역시 캐피털의 이익 창출과 건실한 재무구조를 뒷받침해주며 황금 궁합을 이뤄 왔다. 이 결과 캐피털은 현저하게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씨티나 모건스탠리보다도 엄청난 비교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좋은 시절은 영원하지 않은 것일까? 주택 모기지 사업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경영여건이 악화되면서 GE의 순익이 줄어들었고, 설상가상으로 금융위기가 오자 시장에서는 GE의 기업 어음 결제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군다나 GE는 캐피털만 해도 740억달러나 되는 미국 최대(아마도 세계 최대)의 어음 발행 기업이었다. 그 엄청난 어음이 제대로 안 돌아가니 어떻게 감당해내겠는가. 이젠 미국 정부까지 나서서 GE의 어음에 수혈을 해 주는 상황을 맞고 있다. 물론 GE는 이 위기를 어렵게라도 극복하겠지만, GE가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몇 가지로 요약하기엔 너무나 벅차다. 딱 한 가지만 지적한다면, 역시 ‘비가 내렸다 하면 억수같이 온다(It never rains but pours)’ 는 격언이 아닐까. 경영자는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정갑영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출처 : 건강한 삶을 위하여
글쓴이 : 너럭바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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