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헤로운 조언

[스크랩] “고교 근현대사 교과서 큰일났다” 비판 최문형 한양대 명예교수

한마음주인공 2009. 7. 9. 14:43
 “좌파史觀에 꿰맞춘 교과서 거기엔 대한민국이 없어요”
발행일 : 2005.12.17 / 여론/독자 A33 면 기고자 : 이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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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70) 한양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16일 걸려오는 학계의 격려 전화를 받느라 말을 걸 틈이 없었다. 대학 때 그를 가르친 80대 중반의 노(老)스승은 “최 교수, 정말 중요한 일 하는 거요”라고 격려했다. 최 교수는 15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교과서포럼 심포지엄에서 “고등학교 근현대사 교과서가 민중민족주의를 지상으로 하는 특정 이념에 치중한 나머지 우리가 처했던 객관적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며 “민족·민중에 역점을 두느라 우리는 국익(國益) 추구 능력까지 잃어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4년 전 정년퇴임 후 얻은 서울 도곡동 7~8평 남짓한 작은 연구실에서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우리 근현대사를 국제관계와 연관시켜 연구하고 있다.

―고등학교 근현대사 교과서를 민족·민중 이념에 편향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개항 이후 우리가 열강에 어떻게 당하게 되었는지 국제관계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어요. 외부의 충격이 없었다면 민족·민중운동이 왜 일어나겠습니까. 교과서를 읽으면서 역사를 공부한 사람으로 견딜 수가 없었어요. 민족·민중에만 치중한 나머지 한국사를 세계사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노력은 보이지 않아요. 역사를 이론에 뜯어 맞추면 역사가 아닙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문제가 되는 건가요.

“금성출판사 교과서를 보세요. 1850년부터 60년간을 65쪽에 담았는데, 동학농민운동에 대해 무려 9페이지나 쓰면서 정작 동학농민운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 대한 기술은 전혀 없어요.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하면서 대한제국 정부의 개혁은 중단되었다’는 달랑 한마디가 전부입니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은 우리의 국권(國權)을 침해한 결정적 계기입니다. 전쟁터도 엄연히 우리 영토였습니다. 그런데 교과서는 민중운동에 치중하느라 이런 엄청난 사건을 외면했습니다. 그 결과 침략전쟁을 침략전쟁이라고도 말하지 못하는 교과서가 되고 말았어요. 명성황후 시해도 ‘러일전쟁의 서곡(序曲)’이라는 관점에서 보아야 그 본질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 교육은 어느 정도 민족주의적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요.

“민족사학자로 알려진 이기백 선생은 타계하기 직전 후배 역사학자들에게 유언과도 같은 말씀을 남기셨어요. ‘오늘날 민족을 지상(至上)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널리 퍼지고 있다. 그러나 민족은 결코 지상이 아니다. 이 점은 민중도 마찬가지다. 학문에서는 진리가 지상이다. 진리를 거역하면 민족이나 민중은 파멸을 면하지 못한다.’ 요즘 국사학계가 새겨들을 말이라 생각합니다.”

―근현대사 교과서가 민족·민중으로 기울게 된 이유는 뭡니까.

“우리 선대(先代)에는 그럴 수도 있었어요. 국민들에게 용기를 고취해야 했으니까요. 그러나 이제는 다릅니다. 우리 혼자만의 존립은 1850년대 이후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또 역대로 우파가 강해서 역사해석이 너무 치우친 것도 한 이유겠지요. 그러나 지금은 반대로 지나치게 좌(左)로 간 것입니다.”

―교과서가 좌편향적 역사해석이란 말씀인가요.

“그런 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좌편향적 학자의 특징은 한국이나 일본을 막론하고 ‘만약 그때 이랬더라면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역사에 ‘만약(if)’이란 있을 수 없잖아요.”

―민족·민중을 강조하는 역사교육의 가장 큰 폐해는 뭡니까.

“민족과 민중에만 집착한 나머지 당면한 현안을 소홀히 취급하게 됩니다. 지금 일본과는 명성황후 시해와 독도문제, 중국과는 간도문제 등이 현안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일본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고 있나요? 편견을 가르치는 것도 문제지만 국익을 챙기지 못하게 하는 교육이 되고 있습니다. 사람이나 나라를 평가할 때도 공과 과를 균형있게 보아야 합니다. 금성사 교과서의 경우 반미(反美)까지 부추기고 있어요.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일본 할 것 없이 제국주의 국가들은 약소국을 침략하지 않은 경우가 없어요. 이들이 어떻게 침략하고 어떻게 외세의 지배를 받게 됐는지 설명하고 있지 못해요.”

―국사학계에 대해 불신을 토로하셨는데요.

“국사가 마비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역사는 냉철해야 합니다. 민족·민중을 내세우면 근엄해집니다. 국사학자들은 한국사는 한국 자료만을 가지고 연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그러나 제국주의시대에는 지구상의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외부 세계와 단절된 존재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역사도 마찬가지예요. 개항 이후는 열강의 대립과 각축의 복잡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사적 안목이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편협한 지식으로는 국익을 추구할 수 없습니다.”

―최근 교육부는 ‘근현대사 교수·학습자료’를 전국의 고등학교에 배포했습니다. 인터넷에도 공개되었고요. 교과서포럼은 이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냈고요.

“그 ‘지침’이라는 것도 문제가 많습니다. 일례로 이승만이나 박정희 같은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의 사진은 없는데 어떻게 북한 김정일의 사진은 실려야 하는 것입니까. 김정일이 어떤 사람인가요. 아버지한테 권력을 물려받고 이제는 다시 아들에게 물려주겠다는 권력자 아닙니까.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그 배경은 대한민국 부정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어요.”

―필진을 바꾸면 해결될 문제인가요.

“이젠 국사학계 내에서 집필진이 바뀌어도 마찬가지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고 봅니다. 그 이유요? 기성학자들이 나라가 망한 이후에 전개한 독립운동사에 관심을 집중하는 사이에 개항기에서 1910년까지 역사는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되었어요. 민족민중운동은 1980년대에 학생운동 교재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배운 젊은이들이 이제 각 대학의 교수급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역사교육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국사·서양사·동양사학과로 나누어진 주요대학의 학과를 사학과로 통합해야 합니다. 동경대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나눈 데가 없어요. 그리고 교과서 집필자뿐만 아니라 집필지침 작성자를 포함한 모든 교과서 관련자들의 실명화가 절실합니다. 국익을 위해서 교과서는 반드시 고쳐야 합니다. 이를 위해 나는 언제나 토론할 자세가 되어 있습니다.”

―원래 서양사를 전공하셨는데 어떻게 우리 근현대사에 관심을 두게 되었나요.

“본래 영국경제사를 전공했어요. 해외식민지를 넓혀나간 제국주의 역사를 공부했죠. 그러다 우리는 어떻게 당했는지 알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30년 전인 조교수 때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퇴임 후 이전부터 공부해 온 국제관계사를 3권의 책으로 정리했습니다. 이 중에서 두 책을 일본에서 동시 출판했습니다. 그런데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많이 팔리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글=이한수기자 (블로그)hslee.chosun.com
(사진=전기병기자 (블로그)gibong.chosun.com)
출처 : 건강한 삶을 위하여
글쓴이 : 너럭바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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