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존 응화 3035년
불기(佛紀)를 사용하는 방식이 둘이 있다. 하나는 북방불교의 설이다. 이 설의 근원은 <주서이기(周書異記)>인데, 이 책에 의하면 주(周)나라 소왕 26년 갑인년(기원전 1027년) 4월8일 부처님이 탄생하신다. 이때를 세존 응화(應化) 원년(元年)으로 삼았다.
다른 하나는 남방불교의 설이다. 이 설의 전거는 <중성점기(衆聖點記)>이다. 세존께서 음력 2월15일 열반에 드신다. 그해 여름 안거(음력 4월15에서 7월15일까지)를 마치면서 제자들이 세존 없이 한 철 보낸 것을 기념하여 점(點) 하나를 찍었다. 이후로 계속 그렇게 더해 갔다. 이렇게 되면 세존께서는 기원전 485년에 입멸하신 것이 된다.
이런 식으로 본다면 금년 2009년 5월2일 ‘부처님오신날’은, 북방식으로 하면 세존 응화 3035년이 되고 남방식으로 하면 불멸 2552년이 된다. 금년 하안거(5월9일부터 9월3일까지)를 지나면 불기 2553년이 되고, 금년 초파일부터 세존 응화 3035년이 된다. 한국이 서기를 사용하다보니, 달력이 한 해에 응화(應化)도 변하고, 불멸(佛滅)도 변하고, 물론 단기(檀紀)도 그렇다.
위의 두 전통에는 각각 다른 철학이 있다. 북방의 전통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법신(法身)의 응화신(應化身)으로 본다. 이 분은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부처님이시다. 기저귀를 차고 젖을 먹지만 부처님이시다.
북방의 불자들은 법신의 영원을 믿어, 그 법신이 응화하여 사바세계의 교주로 오신 석가부처님을 섬긴다. 반면에 남방의 전통에서는 세존 없이 안거를 지낸 것을 기념했다.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세존과 함께 안거를 했는데 이제 스승의 자리는 텅 비었다. 그 자리를 바라보는 제자들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우리 불자들은 초파일을 법신이 응화한 날로 기념하는가? 아니면 세존 없이 매년 안거를 지내는 그 심정으로 기념하는가? 시방삼세에 상주하시는 법신도 안 믿고, 그렇다고 안거도 안 하는 불자들은, 그가 출가이든 재가이든 우리세존의 제자는 아닐 것이다. 당신의 고부(孤負)제자는 응신이시며 화신이시며 법신이신 우리세존의 탄신을 감히 감축하나이다.
지장 신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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