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상식

[스크랩] 하드디스크 데이터를 완벽하게 지우는 방법

한마음주인공 2008. 11. 12. 13:46

미드 열풍’의 한 축인 ‘프리즌 브레이크(Prison Break)’. 프리즌 브레이크의 인기는 탈옥의 귀재로 등장하는 스코필드(일명 석호필)의 매력 넘치는 연기와 함께 치밀한 설정의 탄탄한 스토리 덕분일 것이다.

스코필드는 누명을 쓰고 사형선고를 받은 형을 구하기 위해 일부러 감옥에 들어갔다가 형과 함께 탈옥한다. 하지만 그들은 특수요원 머혼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머혼은 스코필드가 탈옥계획을 세운 뒤 강물에 던져버린 하드디스크를 건져 올려 이들을 추적한다.

강에서 건져 올린 하드디스크에서 정보를 되살려 내는 그들의 기술도 놀랍지만, 사실 강물 속에서도 데이터를 간직할 수 있을 만큼 하드디스크에는 놀라운 기술이 숨어있다.

1957년 만들어진 최초의 하드디스크인 RAMAC는 50cm가 넘는 직경에 50개나 되는 회전디스크를 가지고 있었지만 저장용량은 겨우 5MB에 불과했다. 현재 1TB(테라바이트, 1TB=1012B) 용량의 하드디스크까지 나왔으니 얼마나 엄청난 기술 발전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덕분에 무어의 법칙을 넘어 황의 법칙에 따라 놀랄 만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반도체 메모리에 밀려나지 않고 오늘날까지 대표적인 저장매체로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하드디스크는 신용카드, 교통카드, 비디오테이프와 같이 자석을 이용한 자기기록매체다. 하드디스크의 플래터 위에 아주 작은 자석의 배치가 정보가 된다. 이러한 자석의 배열을 읽기 위해 코일과 자석의 상대적인 운동으로 코일에 전류가 유도되어 흐르는 ‘전자기 유도 현상’을 이용한다.

즉 플래터 표면에 도포돼 있는 자석이 코일이 감겨있는 헤더를 지나게 되면 자석의 방향에 따라 전류가 유도되는데 이 전류의 세기로 정보를 읽는 것이다. 반대로 디스크에 정보를 저장할 때는 코일에 전류가 흐르게 되면 헤더에 자기장이 형성돼 이에 따라 디스크 표면의 자성체들이 새롭게 배치된다.

하드디스크는 플래터, 헤드, 축, 암, 액추에이터, 스핀들 모터, 논리보드 등으로 구성돼 있다. 플래터는 자성물질로 코팅되어 있는 원판으로 이곳에 정보가 저장 되며, 축에 장착되어 스핀들 모터에 의해 매우 빠른 속력으로 회전한다.

이때 헤드가 플래터 위에서 자성체에서 신호를 읽어 낸다. 플래터가 한 개인 경우도 있지만 용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여러 개를 붙이기도 한다. 하지만 플래터 수가 증가하면 소음이 많이 발생하고, 자료를 찾는 시간도 늘어나며, 결정적으로 부피도 커진다.

플래터 수를 늘이지 않고 용량을 증가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순히 생각하면 플래터의 밀도를 높이면 될 것이다. 더 작은 자기입자를 사용하면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자기입자를 무턱대고 작게 만들 수는 없는데, 자기입자가 너무 작아지면 열에 의해 자성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 기록입자의 크기가 줄어들게 되면 자기장의 세기가 줄어들기 때문에 헤드를 플래터에 더 가깝게 접근시켜야 한다.

헤드와 플래터의 거리를 흔히 ‘비행고도’라고 부르는데, 거의 수 nm(나노미터 1m=10-9m)밖에 안 된다. 얼마나 가까운 거리인가 하면 하드디스크에서 플래터와 헤드의 거리를 실제 비행기의 크기로 환산했을 때 비행기가 지면에서 1mm 상공에서 비행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이런 정밀도로 헤드와 플래터가 회전해야 하기 때문에 플래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편평해야 한다. 즉 자기입자의 크기를 줄여서 용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이런 하드디스크의 고민을 2007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알베르 페르(69) 교수와 독일 윌리히 연구센터 페터 그륀베르크(68) 교수의 ‘거대자기저항(Giant Magneto Resistance, GMR)’ 연구가 해결해 줬다.

GMR 효과란 박막 구조에서 외부 자기장의 강도가 조금만 변해도 소재의 전기저항 값이 크게 달라지는 특성을 말한다. 두 사람은 전자의 스핀 방향이 서로 다른 박막을 반복해 쌓으면 자기장이 작게 변해도 저항 값이 크게 바뀌는 효과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효과를 이용해 만든 것이 GMR헤드다. GMR헤드는 저항 값의 차이를 정보로 이용하기 때문에 전자기유도 현상을 이용한 헤드보다 약한 자기장도 감지하며, 고속회전에서도 잘 작동한다.

자기입자의 크기를 줄이지 않고서도 고용량의 하드디스크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나노기술이 최초로 적용된 예가 바로 하드디스크 헤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신정아 사건’에서 검찰은 신 씨의 하드디스크에서 삭제한 파일을 복구해 냈다고 밝혔다. 검찰이 파일을 복구할 수 있었던 것은 신 씨가 하드디스크를 잘 이해하지 못한 덕이다.

즉 신 씨는 컴퓨터에서 파일을 삭제해도 하드디스크는 파일 이름만 삭제할 뿐 데이터 자체를 삭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다. 파일 이름만 삭제된 것이기 때문에 컴퓨터에서는 보이지 않아도 파일 복구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대부분 살려낼 수 있다.

포맷하면 데이터가 사라진다는 생각도 대표적인 오해다. 포맷은 트랙과 섹터를 새로 만드는 과정일 뿐 데이터를 없애지 않는다. 또 하드디스크의 데이터는 자기기록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물에 들어간다고 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신정아 씨처럼 단순 삭제하는 것도, ‘석호필’처럼 강에 던지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다. 데이터를 완전히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문 삭제프로그램으로 모든 데이터를 ‘0’으로 채우는 것이다.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파일 삭제 뒤 디스크 용량이 꽉 차도록 대형 파일로 덮어씌워라. 하드디스크를 산산조각내거나, 강력한 자석에 통과시켜 데이터를 훼손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출처 : 無相의 世上萬事 塞翁之馬
글쓴이 : 無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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