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황(智隍)스님이 암자에서 20년을 장좌불와 하여
스스로 삼매를 얻었다는 말을 듣고 육조의 제자 현
책(玄策)스님이 암자를 찾아가 물었다.
"스님은 여기서 무엇을 하시고 계시오?"
"선정(禪定)에 드노라."
"선정에 든다하니 유심(有心)으로 드는 것이요 무심(無心)
으로 드는 것이요? 만일 무심으로 든다면 생멸없는 일체
초목이나 흙과 돌도 다 마땅히 선정을 얻었을 것이요. 만
일 유심으로 선정에 든다면 알음알이가 있는 온갖 중생들
도 또한 다 마땅히 선정을 얻을 것이 아니겠읍니까?"
"내가 바로 선정에 들 때에는 일체 분별하는 마음이 있
음을 보지 않노라."
"분별하는 마음을 보지 않는다면 곧 이것은 바로 항상
변함 없이 있는 선정이거니 여기에 어찌 출입이 있다
하겠습니까? 만일 출입이 있다면 이것은 참으로 큰
선정은 아닐 것입니다."
"그대 스승은 누구신가?"
"네 저의 스승님은 육조 혜능스님이십니다."
"그대 스승은 무엇으로 선정을 삼는가?"
"우리 스승님의 가르침은 묘하고 맑고 뚜렸하고 고요하여
체(體)와 작용이 여여하며, 본래 오음(五陰)이 비었고 육진
(六塵)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들어오는 것도 나가는 것도
아니며, 정(定)도 아니고 어지러움(亂)도 아니며, 선정의 고
요함에 머뭄을 여의었으며, 선정이란 생각을 떠나서 마음
이 허공과 같다는 헤아림도 없으십니다."
이에 지황스님은 바로 육조스님을 찾아 가르침을 받는다.
* * *
무릇 스스로 견성(見性)하여 마음을 안에도 밖에도 그 어
느 곳에도 두지않으면, 아무것에도 걸릴 것 없는 완전한
대 자유이며, 맑고 고요한 마음에서 일체 속박을 벗어나 마
치 뿌리 없는 한그루 나무가 물따라 흐르면서도 일체 상대
적인 것을 초월하면 마음이 진정 부동하게 되는 것이다.
적막한 한간 토굴 눈보라 차거운데
솜털 휘날리며 지팡이 곧게 세우고
앙상한 가지에 둥근달 마음벗 삼아
소를 타고 피리불며 무생가를 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