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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 발(李勃)이라는 사람이 2만권의 책을 읽
어서 당시 부르는 호칭이 이 만권(李萬券)으로 통
했다. 어느 날 그는 평소에 잘 아는 도가 높은 스
님을 찾아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경전을 읽노라니 백두산을 겨자씨 속에 넣기는
쉽지만 겨자씨를 백두산 속에 넣기는 매우 어렵
다고 하는데, 그 뜻을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남들이 그대를 2 만권이라고 부르지 않든 가요?"
"그렇습니다."
"그대는 어찌하여 그 작은 머리 속에 2 만권이란
책을 다 집어 넣을 수가 있었던가요?"
"..............."
"그러면 그 2만권에 대한 많은 책을 읽고 과연 얼
마나 이해를 하고 실천을 하였던가요?"
"...................."
이 발은 여기서 문득 깨달았다.
* * *
우주 삼라만상의 진리는 크고 작음을 초월하여서
무량무변(無量無邊)이라 천상천하의 어디에도 존
재하지 않는 곳이 없어 작은 꽃씨 속에도 우주의
진리는 엄연히 살아서 존재하며, 온갖 사물의 이
치와 도리를 이분법의 형식으로 논하고 따지노라
면 본체를 잃고 마는 것이다. 즉 눈에 보이는 것,
손으로 만져지는 것, 코끝에 냄새로 맡아지는 것
이런 것 들은 모두 허망한 것이며, 형체가 있고
빛깔이 있고 냄새가 있는 것에 잘 못 집착하면
진실을 봐도 볼 수가 없나니, 무릇 마음에 눈으로
형체 없는 것을 볼 줄 알아야 하고, 마음에 귀로
소리 없는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하며, 마음에
코로 냄새 없는 냄새를 맡을 줄 알아야 한다.
빈 산골 바위 위에 홀로 앉아 흐르는 물 소리 듣고
푸른 하늘에 흰구름 바라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네
한적한 산골에 묻혀 자연을 즐기며 자연에 동화되니
이 마음 매지 않는 구름처럼 어디에도 걸림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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