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의 馬Q정전] '상수도'만 있고 '하수도'가 없다면
마광수 연세대 교수
깨진 그릇이 오래간다 / 음양조화 이룰 때 건강 / 적당한 퇴폐 인정해야
우리 속담에 "깨진 그릇이 오래간다" 는 말이 있다. 비슷한 속담으로 "병든 송아지 3년 간다"는 말도 있다. 이러한 속담에 담겨있는 의미를 사람들은 보통 이렇게 설명한다. "잔병이 많으면 아무래도 몸을 조심해서 굴리게 되기 때문에, 과로하거나 과격한 운동을 피하게 돼 수명이 오래갈 수밖에 없다."
나는 이 속담에 더 깊은 내용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즉, 음양사상의 측면과 정신분석학적 측면이 내포돼 있다는 것이다. 양(陽)은 살고자 하는 욕구의 상징이고 음(陰)은 죽고자 하는 욕구의 상징이다. 삶과 죽음의 본능이 밸런스를 유지할 때 우리는 건전한 정신과 건전한 신체를 유지할 수 있다.
공기 중에도 살리는 기체인 산소와 죽이는 기체인 질소가 적당히 엇섞여 있어 자연계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만약 양성(陽性)기체인 산소로만 가득 차 있다면 만물이 다 불타 없어져 버리고 만다.
양은 '보존'의 상징이 되고 음은 '파괴' 또는 '안정'의 상징이 된다. 파괴의 상징이 어떻게 안정의 상징과 맞물릴 수 있느냐 하면, 우리의 건강이 완전히 파괴되어 죽음을 맞아 다시 땅속의 유기물질로 환원된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원래의 안정된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릇을 예로 들어보자. 그릇이 오직 현재 상태대로 보존되고 싶어하기만 한다면 외부로부터 어떠한 충격이 가해진다 해도 절대 깨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릇이 어떤 경우 깨지고 마는 것은, 충격이 가해져 깨져버리는 상태가 원래의 상태보다 오히려 안정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육체도 마찬가지다. 병이 드는 것은 육체를 파괴해 안정된 상태로 복귀하기 위한 무의식적 노력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인간의 진정한 건강상태란 40% 정도의 음기(陰氣), 즉 파괴(안정) 욕구와 60% 정도의 양기(陽氣), 즉 보존 욕구가 서로 대치되고 있을 때라고 할 수 있다. 잔병이 많은 사람이 오래 사는 것은 어느 정도의 음기가 항상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병이 없이 건강한 사람의 심신상태는 100%에 가까운 양기만으로 이루어져 있고 음기가 거의 없는 상태다. 하지만 인간의 원초적 본능은 언제나 음양의 적당한 조화를 도모하려고 애쓰기 마련이므로 그동안 보충받지 못했던 음기를 어느 날 갑자기 한꺼번에라도 보충받으려 한다. 그런 현상이 바로 건강한 사람의 돌연한 급사이다. 잔병치레를 전혀 하지 않던 사람이 암이나 고혈압 등으로 갑자기 죽어버리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우리가 사는 사회 역시 사람의 육체와 비슷한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다. 진짜 건강한 사회는 양기만 100% 지니고 있는 사회가 아니라 30~40% 정도의 음기를 유지하고 있는 사회인 것이다. 말하자면 사회분위기가 각 개인의 일탈 욕구와 파괴 욕구를 어느 정도 대리적으로 충족시켜줄 수 있을 때, 그 사회는 극단적 파멸을 모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적당한 '퇴폐'를 인정해줘야 그 사회는 활기를 유지할 수 있다. 특히 문학·영화·미술 등 예술에서 퇴폐성을 용납할 수 있어야만 사회와 개인적 심리는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내가 '성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외치면서 퇴폐적 문학작품 창작에 매진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건전'과 '퇴폐'는 다시 말해서 '상수도'와 '하수도'에 비유될 수 있다. 우리 문화에는 특히 '하수도 문화'가 필요하다. 상수도만 있고 하수도는 없는 사회를 상상해 보라. 얼마나 악취를 풍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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