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늙는 공식
한국일보 | 입력 2009.06.04 02:37
'잘 사는 삶에 일정한 공식이 있을까'라는 다소 엉뚱한 의문에서 출발해 미국 최고 엘리트들의 인생 역정 72년을 추적조사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얼마 전 시사월간지 '어틀랜틱 먼슬리' 6월호에 보도됐다. 1937년 당시 하버드대 2학년생 중에서도 수재로 꼽힌 268명을 선발, 오늘날까지 정기적인 인터뷰와 설문을 통해 대상자의 신체적ㆍ정신적 성장과 변화를 체크해온 '세기적' 연구 파일을 공개한 하버드대 의대 조지 베일런트 교수의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고 낯익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이며 행복은 결국 사랑"이라는 것이다.
▦ 특정 개인의 일생을 장기적으로 추적한 시계열(時系列) 연구의 최고봉으로 불릴 만한 이 연구는 대공황 직후 하버드대 의대 알리 복 교수가 주도하고 생리학 약학 인류학 심리학 분야의 최고 두뇌들이 참여했다. 결과는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랐다. 고 존 F 케네디 대통령처럼 총명하고 배경 좋고 야심만만했던 이들의 출발은 화려했지만 50세도 안돼 3분의 1이 질병과 가정파탄을 겪는 등 생애는 순탄하지 못했고 되에 평범했던 사람이 가정과 직업, 건강에서 성공적 삶을 산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엘리트라는 껍데기 밑에 고통 받는 심장이 있었다."
▦ 이 결과에 따라 '행복하게 늙어가는 데 필요한 7가지"로 추려진 것은 별 것도 아니다. 첫째는 고통에 적응하는 성숙한 자세였고, 교육ㆍ안정적 결혼ㆍ금연ㆍ금주ㆍ운동ㆍ체중 조절이 뒤를 이었다. 1967년부터 연구를 진행해온 베일런트 교수는 "어떠한 데이터로도 밝혀낼 수 없는 극적인 주파수를 발산하는 것이 삶"이라며 성공적인 노후로 이끄는 열쇠는 지성이나 계급이 아니라 사회적 적응, 즉 인간관계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노장(老莊)사상에 친숙한 우리에겐 그저 그런 얘기인데도 서구의 눈에는 '도스토예브스키의 상상력'에 버금가는 감동이었나 보다
▦ 행복이 관계의 산물이라는 관점에서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프레임'을 쓴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일찍이 삶에서 중요한 것은 '어디'와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와'의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삶의 만족을 누리는 사람들 주변에는 거의 예 외없이 긴밀한 관계인 그 '누구'가 있다고 한다. 최근 한국의 직장인들은 평균 82명의 인맥을 갖고 있고 나이 40을 넘기면 인맥이 급증한다는 한 조사가 나왔다. 세속적 관계 집착을 떠나, 시대의 우울과 근심이 짙은 이 시기에 우리 모두 잘 사는 삶을 위한 공식이 뭔지 한 번쯤 자문자답해볼 만하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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