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올 듯 흐린 10월 늦은 어느 날 배낭을 꾸려 화순 운주사로 답사를 떠납니다. 남도의 너른 들녘은 가을걷이를 끝내고 이제 겨울잠을 위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듯 가을의 끄트머리에서 누워있습니다. 누워있는 너른 들에서 봄부터 가을까지 우리 식탁을 위해 흘린 농부들이 땀방울을 봅니다. 전라남도 화순 운주사를 처음 찾는 이들은 절의 출입구 일주문을 들어서는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여느 절집과 다른 모습에 놀랍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 온 일주문-천왕문 -해탈문과 1탑 1금당의 정형화된 가람배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어느 절에서도 볼 수 없었던 못생기고 찌그러진 불상과, 마름모꼴이나 X V 등 유래를 알 수 없는 기하학적 무늬를 새긴 탑들이 산과 계곡 곳곳에 빼곡히 서 있기 때문입니다. 운주사는 언제 누가 이러한 모습의 절을 만들었는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수수께끼의 신비스런 절입니다. 다만 동국여지승람에 “절의 좌우 산마루에 석불과 석탑이 각각 1,000기가 있고, 석실이 하나 있는데 두 석불이 서로 등을 대고 앉아 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1942년까지만 해도 22기의 석탑과 213기의 석불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석탑 17기와 석불 80여기만 남아 있습니다. <운주사 9층석탑> <경사진 바위에 세운 운주사 마당바위 7층석탑> <운주사 원형다층탑 일명 실패탑> 운주사 일주문을 지나면 기하학적 무늬를 몸돌에 새긴 9층 석탑과 남북으로 등을 마주 대고 앉아 있는 석조불감, 시루떡을 얹어 놓은 것 같은 원형다층석탑, 골짜기 안쪽의 항아리 탑에 이르기까지 3층, 5층, 7층, 9층 크기도 모양도 제멋대로인 탑들이 한가운데를 따라 줄지어 있습니다. 서 있거나 앉은 불상들은 골짜기 바닥에 있기도 하고 바위벽에 무리무리 기대어 있거나 산등성이 곳곳에 흩어져 이끼를 입고 있습니다. <이웃집 아줌마, 아저씨를 닮은 돌 부처들...> 이렇게 못난 불상들은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이 비슷비슷한 모습이지만 오히려 잘 생긴 불상에 비해 더욱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 옵니다. 무표정으로 골짜기 마다 서 있지만 그들은 찾는 이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주며 어마어마한 웅얼거림으로 운주사를 감싸고 있는 것은 아닐 런지요... <길이 12m의 운주사 와불> <운주사 칠성바위> 운주사는 누워있는 두 와불과 북두칠성 별자리를 한 칠성바위가 있어 더욱 신비로운 절입니다. 12m나 되는 와불은 정말 미처 일으켜 세우지 못한 부처일까? 아직 밝혀내지 못한 수수께끼라고 합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비디오 테잎으로 본 KBS스페셜에서 어느 천문학자의 인터뷰에 의하면 운주사 탑들의 위치가 하늘에 있는 별자리와 일치 한다고 합니다. 특히 7개의 둥근 칠성바위는 북두칠성 별자리와 정확히 일치하고 빛의 밝음과 어둠에 따라 바위의 크기도 다르게 놓여 있다고 합니다. <공사바위에 앉다 내려다 본 운주사1> <공사바위에 앉아 내려다 본 운주사2> 와불이 실제로 와불이 아니라 미처 일으켜 세우지 못한 부처라면 와불과 함께 계곡과 골짜기에 세워 놓은 서로 다른 모양의 탑과 불상 그리고 칠성바위를 만든 이들은 누구이며 무슨 목적으로 언제 만들었는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운주사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공사바위에 앉아 각기 다른 탑들과 이웃집 아줌마 같고 아저씨 같은 꾸밈이 없는 순한 돌부처 무리들을 보며 한참을 생각해 봅니다. 우리나라 모양이 배의 모습이며 큰 산들이 동쪽으로 치우쳐 있어 운주사에 탑을 만들어 국토의 균형을 맞추었다는 전설이 있긴 합니다. 그래서 이름도 雲住寺라고 했다는... <운주사 일주문> <운주사 골짜기에 핀 초롱 잔대꽃 06.10.26 흐리고 비> |
출처 : 시골로 간 꼬마
글쓴이 : 이명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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