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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약 1400년전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는 의상대사와
함께 마흔 다섯 살 나이에 먼 당나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그 먼 길을 걸어서 몇 날을 가던 어느 날 밤, 깊은 산 속의 무
덤 앞에 쓰러져 곤한 잠이 들었습니다. 정신없이 자다가는 목
마름에 잠이 깨어 머리맡을 더듬거리다가 물그릇이 손에 잡
히자 물을 벌커걸컥 맛있게 마시고서는 다시 잠에 골아 떨어
졌읍니다. 이튿날 아침 잠이 깨어 일어나 보니 그곳이 자기
집 안방이 아니라 어느 무덤 앞이었으며, 어제 밤에 맛있게
벌컥벌컥 마셨던 물은 숭늉이 아니라 해골바가지에 고인 썩
은 물이었습니다. 이때 원효대사는 갑자기 창자가 뒤틀리면
서 뱃속의 모든 것을 토해낼 듯 온 몸에 경련이 일었습니다.
원효대사는 가만히 생각하다가 무릎을 치면서 크나큰 진리의
참 깨달음을 얻고는 "그렇다! 이 모든 것이 다 마음에 장난
이로구나 " 心生則 種種心生 心滅則種種心滅" (심생즉종종심
생 심멸즉종종심멸) " 한 생각이 일어나니 갖가지 마음이 일
어나고 한 생각이 사라지니 갖가지 마음이 사라진다."는 진
리를 깨닫고 즐거운 마음을 이길 길 없어 덩실덩실 춤을 추
고 노래를 부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어제 밤 그물을
마실 때는 그토록 사원하여 세상 모르게 잠을 잤는데, 아침
에 깨어보니 그것이 해골에 고인 썩은 물이란 것을 발견하
니 구토가 났다. 밤중의 마음과 아침의 마음이 다르지 않거
늘 모를 때는 시원하던 것이, 알고 나서는 기분이 좋지 않
으니 이것이 다 마음에 장난이 아니고 무엇이랴! 더럽고 깨
끗한 것이 사물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있으며
일체 모든 것은 다 이 마음이 만드는 것, 즉 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를 깨닫고 보니 마치 허공에 걸림 없이 날아
가는 봉조와 같이 일체 법에 걸릴 것이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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