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인 월영 이순옥님이 카톡으로 &&& 미화와 마화인 *&&&라는
글을 주셔서 사진첨부 정리 작은별밭과 함께 합니다
미화와 마화인
月影 이순옥
종이집 한 채가 네거리를 가로질러 가고 있어요
느릿느릿 신호도 무시하고 건너고 있네요
피곤함이 달팽이처럼 무거운 퇴근길에
느닷없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모두 술래가 지나기만
숨죽여 기다립니다
삶은 소리 없는 전쟁터라지만
등에 진 짐이 버거워 꺾여버린 허리
땅만 보고 가기에 신호등의 의미를 비켜 가네요
저 폐지를 가득 채워 담은 노인의 등에
달팽이 집으로 실려 가는 리어카를 보면서
터무니없이 크게 보이는 내 자동차가
한없이 초라해 보이는 저녁입니다
답은 알 수 없지만
메아리처럼 남은 가슴 속 의문이 무겁습니다
지나온 세월만큼 깊은 눈 항아리
그곳에 깊게 팬 삶의 이랑
분노, 좌절, 희망이 깊은 눈에서 자동차 헤드라이트처럼
번뜩이는 걸 마주했지만 이젠 고요로 다듬어진 눈빛입니다
가족에 대해 책임져야 할
오래된 습관 같은 믿음이 낡은 리어카에 가득 실려있어요
입가에 스민 미소의 온도
1도 높아진 걸 자각하지 못했었는데
오늘 밤 저분의 미소를 이해했어요
마주치는 등 굽음이, 땅만 내려 볼 수밖에 없는 허리 꺾임이
볼 때마다 색깔도 모양도 같아 보였지만 오늘,
그 한 조각이 내 안에 들어와 문이 열고
리어카에서 빛을 뿜고 있는 등대를 보여주네요
리어카에 폐지가 가득 실리면 정지되었던 시간이 흐릅니다
환한 빛이 있는 곳으로 끌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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