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좋은시

미화와 마화인

한마음주인공 2024. 2. 21. 09:42

오늘 지인 월영 이순옥님이 카톡으로 &&&  미화와 마화인  *&&&라는

글을 주셔서 사진첨부 정리 작은별밭과 함께 합니다

 


미화와 마화인 

月影 이순옥

 

 

종이집 한 채가 네거리를 가로질러 가고 있어요

느릿느릿 신호도 무시하고 건너고 있네요

피곤함이 달팽이처럼 무거운 퇴근길에

느닷없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모두 술래가 지나기만

숨죽여 기다립니다

삶은 소리 없는 전쟁터라지만

등에 진 짐이 버거워 꺾여버린 허리

땅만 보고 가기에 신호등의 의미를 비켜 가네요

저 폐지를 가득 채워 담은 노인의 등에

달팽이 집으로 실려 가는 리어카를 보면서

터무니없이 크게 보이는 내 자동차가

한없이 초라해 보이는 저녁입니다

 

답은 알 수 없지만

메아리처럼 남은 가슴 속 의문이 무겁습니다

지나온 세월만큼 깊은 눈 항아리

그곳에 깊게 팬 삶의 이랑

분노, 좌절, 희망이 깊은 눈에서 자동차 헤드라이트처럼

번뜩이는 걸 마주했지만 이젠 고요로 다듬어진 눈빛입니다

가족에 대해 책임져야 할

오래된 습관 같은 믿음이 낡은 리어카에 가득 실려있어요

입가에 스민 미소의 온도

1도 높아진 걸 자각하지 못했었는데

오늘 밤 저분의 미소를 이해했어요

마주치는 등 굽음이, 땅만 내려 볼 수밖에 없는 허리 꺾임이

볼 때마다 색깔도 모양도 같아 보였지만 오늘,

그 한 조각이 내 안에 들어와 문이 열고

리어카에서 빛을 뿜고 있는 등대를 보여주네요

리어카에 폐지가 가득 실리면 정지되었던 시간이 흐릅니다

환한 빛이 있는 곳으로 끌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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