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인 큰바우 의윤님이 카톡으로 &&& 아버지의 묘 &&&라는
글을 주셔서 사진첨부 정리 작은별밭과 함께 합니다
조주청의 사랑방 야화 (105)
아버지의 묘
풍수지리에 달통한 지관이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산허리를 돌다가 깜짝 놀랐다. 천하의 명당자리에 시선이 꽂힌 지관이 가슴을 쓸어내리고 첨벙첨벙 개울을 건너 그곳에 다다르니 무덤이 하나 있었다.
그러나 지관은 털썩 주저앉아 한숨을 토했다. 이 자리라면 아들이 정승자리 하나쯤은 지낼 만한 당대 발복지인데 허름한 무덤엔 잡초가 무성하고 여우굴이 여기저기 뚫려 있고 하관을 얼마나 얕게 했는지 굴 속으로 해골이 보였다. 그는 해골 눈에 지팡이를 꽂아 놓고 산 아래 동네로 내려오며 “이제 나도 풍수 눈이 다 삭았구나” 탄식을 했다.
그 터가 자식이 정승자리에 오를 만큼 명당이라면 제 아비 묘지를 그렇게 방치해 둘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해가 져 지관은 주막에 들어가 방 하나를 잡은 후 주모에게 물어봤다.
“저 산 아래 대궐 같은 기와집엔 누가 사는가?”
“윤대감댁이지요. 누가 아픈지 의원들이 모여드네요.”
지관은 무릎을 치며 “그럼 그렇지” 벌떡 일어나 윤대감댁으로 향했다. 솟을대문 앞엔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집 안에서는 고통의 신음 소리가 대문 밖까지 흘러나왔다. 지관이 대문 안으로 들어가자 하인들이 막아섰다. 옥신각신 실랑이가 벌어지자 안에서 집사가 나왔다.
“의원이오?”
“나는 지관이오. 대감의 눈병을 고칠 수 있소이다.”
“명의들이 다 모였소. 집안 어지러운 데 성가시게 굴지 말고 어서 돌아가시오.”
주막에서 자고 이튿날 동이 트자 지관은 윤대감댁에 다시 찾아갔다. 윤대감의 아픈 눈은 차도가 없는지 신음 소리가 여전했다. 대문을 발로 차자 행랑아범이 나오는 걸 밀치고 들어가 안마당에서 고함쳤다.
“해가 뜨기 전에 씻은 듯이 나을 것이오.”
“저 미친 놈을 끌어내지 않고 뭘 하느냐 !”
집사가 소리쳤다. 지관은 한걸음에 명당자리로 달려가 해골 눈에 꽂아 놓은 지팡이를 빼고 다시 윤대감댁으로 내려왔다. 마침 의원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참이었다. 집사가 달려와 땅바닥에 엎드려 “몰라봐서 죽을죄를 지었다”며 지관에게 절을 하고, 눈이 아프다던 윤대감도 나와 지관의 두손을 잡고 사랑방으로 모셨다.
“대감, 부모님 묘소는 어디 있습니까?”
“선친의 묘는 선산에 있고, 어머님은 형님께서 모시고 있습니다.”
지관은 한참 동안 골똘히 생각하더니 “어머님을 한번 독대토록 해 달라”고 했다. 집사를 따라 윤대감의 어머니와 단둘이 마주 앉은 지관이 설득을 하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던 윤대감 어머니가 마침내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입을 열었다.
“52년 전 시월상달 열이튿날이었소.”
한참 동안 천장만 바라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세살 먹은 큰아이를 재워 놓고 부엌에서 저녁을 짓고 있는데 처마 밑에 장작을 쌓던 나무꾼이 부엌으로 들어와 나를 쓰러트렸소.”
윤대감의 어머니는 하염없이 흐느껴 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윤대감의 친아버지인, 여우굴이 숭숭 뚫린 나무꾼의 묘 앞에는 널찍한 상석과 향로대가 놓이고 봉분이 높이 올라갔다.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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