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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三國志) (163) 삼고초려(三顧草廬)와 공명의 출사(出仕)

한마음주인공 2023. 4. 19. 15:37

오늘 고교동창 이재혁님이 카톡으로  &&& 삼국지(三國志) (163) 삼고초려(三顧草廬)와 공명의 출사(出仕)  &&&라는

글을 주셔서 사진첨부 정리 작은별밭과 함께 공유 합니다

 

 

삼국지(三國志) (163) 삼고초려(三顧草廬)와 공명의 출사(出仕)                


유비는 융중까지 몸소 찾아가서 공명을 두 번씩이나 못 만나고 돌아왔지만, 그후에도 공명에 대한 생각은 하루도 잊은 날이 없었다.

어느덧 겨울이 지나고 봄빛이 들 무렵까지, 융중에 사람을 보내어 그의 귀가를 수시로 알아 보았으나, 공명이 집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은 들을 수가 없었다.



유비는 하도 답답한 마음이 앞서 언제쯤이나 공명을 만날 수가 있겠는지, 이번에는 유비 스스로가 거북점을 쳐보았다.

그리하여 점쾌를 뽑아보니, 대길(大吉)이 나왔다.

유비는 크게 기뻐하며 곧 융중으로 공명을 찾아가려고 서둘렀다.

그러나 장비는 말할 것도 없고, 이번에는 관우조차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형님이 몸소 두 번씩 찾아간 것만 해도 지나친 예의라고 하겠는데, 세번씩 찾아가는 것은 더욱 지나친 일이오. 공명이 형님을 만나기를 회피하는 것은 필시 허명(虛名)만 높고 자신이 없기 때문일게요. 그런 사정을 모르고 또다시 찾아간다면 남들도 웃을 겁니다."

"둘째도 알다시피  서서 선생이 얼마나 지혜로운 분이었던가 ? 우리가 도원결의 한 때로부터 지혜로운 군사(軍師)가 없었기 때문에 매번 싸우면 패한 것이었네. 그런데 와룡 선생은 서서 선생보다 몇 갑절 지혜로운 현인이라 하니, 그런 분을 만나는데 세 번쯤 찾아가는 것이 뭐가 대단스럽다는 말인가 ?"

"......"


관우는 다시 말이 없었다. 그러나 장비는 어디까지나 불평이었다.

"그건 형님이 잘못 아시고 하시는 말씀이오. 그까짓 시골 촌놈이 무슨 대현이란 말이오. 이번에는 형님이 가실 게 아니라, 사람을 보내 불러옵시다. 만약 그래도 오지 않는다면 내가 가서 결박을 지워 끌고오겠소."

유비는 그 말을 듣고 정색을 하며 나무랐다.

"셋째는 주 문왕(周 文王)이 태공망(太公望)을 찾아갈 때의 일도 못 들었나 ? 태공망은 문왕이 찾아왔는데도 낚시만 하고 돌아보지도 않았지만 문왕은 해가 저물어 낚시가 끝나기를  기다려 결국은 태공망의 마음을 돌리지 않았던가 ? 이번에는 둘째하고 다녀올 것이니 셋째는 따라오지 말게나..."

그러자 장비가 웃으며 말한다.


"에구, 형님두...두 분이 가시는데 내가 어찌 빠지겠수 ! 나도 응당 따라가야 하겠소."

"자네가 기어이 따라 간다면 함께 가기는 하겠지만, 만에 일 이라도 실례되는 일을 해서는 안 되네."

"예, 알았수다 !"



세 사람은 다시 신야를 떠나 융중으로 향하였다.

와룡의 초당이 가깝자 , 유비는 말을 멈추며 말했다.

"여기서 와룡강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여기서 말을 내려서 걸어가세."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장비가,


"에이, 형님두. 아직도 좀 더 가야 하는데 왜 여기서부터 걸어간단 말이오 ?"

그러자 유비는 말에서 내리며,

"이렇게나마 성의를 보여야지."

하고, 말한다. 그러자 장비가 유비를 따라 말에서 내리며,



"아이 참, 형님 ! 정말 미련도 하시오. 아니, 공명이 보기를 한답니까, 알길 한답니까 ? 아직도 좀 더 가야 하는데. 왜 여기서부터 걸어간단 말이오 ?"

"이게 다 현인을 모시기 위한 나의 마음일쎄."


유비가 이렇게 말을 하고 말고삐를 쥐고 앞장서서 걷기 시작한다.

그러자 관우는 아무런 소리도 하지 아니하고 말고삐를 쥐고 유비의 뒤를 묵묵히 따랐다.

이렇게 세 사람이 걷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침 공명의 아우 제갈균이 어디를 가는지 길에서 만나게 되었다.



"어서오십시오. 장군께서 또 수고스럽게 오시는군요."

유비는 정중하게 인사를 하면서 물었다.

"선생께서 돌아오셨는지요 ?"


"마침 어제 석양에 돌아오셨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 그러면  만나 뵐 수 있겠습니다."

"지금 계시니 가셔서 만나보시죠."

제갈균은 그 한마디를 하고 제 갈길을 표현히 가버린다.



제갈균을 보내고, 유비가 반가운 소리를 한다.

"이제야 선생을 만날 수가 있게 되었네그려."

"헤헤헤 ! 나도 만나보고 싶었소. 이렇게나 만나기 어려운 사람이 있다니..도대체 공명이 어떤 사람인지 나도 궁금하오. 눈이나 코가 몇 개인지 말이오." 

하고, 장비가 빈정대는 소리를 한다. 그러자 그 말을 듣고 유비가,

"아냐, 공명선생은 나 혼자 가서 만날 것이야. 아우들은 밖에서 기다리게."

비는 이렇게 말을 하고, 총총히 길을 앞서 가는 것이 아닌가 ?

"알겠습니다 형님."

관우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장비는,

"집안은 답답하니까 밖에 있는게 낫지 !"

하고, 대꾸하였다.



잠시후, 세 사람은  공명의 초당앞에 이르자 유비는 옷매무새를 고치고, 홀로 조용한 걸음으로 문앞으로 다가갔다.

안에서는 미소년이 나와 유비를 맞는다.



"유장군, 선생께서 돌아오셨습니다."

"아, 선생께 신야의 유비가 뵙기를 청한다고 말씀드려 주게."

"선생께서는 어제 밤 늦게 오셔서 지금 주무시고 계십니다."

"어, 그러시다면 깨우지 마시게. 선생께서 일어나실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지."

유비가 그렇게 대답하자 소년은,

"아닙니다. 그러면 제가 선생께 꾸중을 듣습니다. 장군께서는 안으로 들어가시죠."

하고, 안으로 안내한다. 유비는 소년을 따라 공명의 집안으로 들어갔다.



따사로운 봄빛이 넘쳐 흐르는 초당 대청을 올려다보니 공명은 침대에 누워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유비는 섬돌 아래 두 손을 읍하고 서서 공명이 잠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공명은 잠이 든 채 언제까지나 깨어나지 않았다. 중천에 솟아 있던 해가 어느덧 서천에 기울기 시작하였으나 유비는 여전히 두 손을 읍하고 서서 공명이 잠에서 깨어나기를 공손히 기다리고 있었다.



밖에서 기다리다 지친 장비가 안을 한번 살펴 보고, 관우에게 한 마디 한다.

"형님, 보이슈 ?  우리 형님이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다고 저렇게 얌전히 서계시는게요, 예 ?"


"보아하니 공명이 아직 안 일어났구나."

관우도 적잖이 섭섭한 소리로 대꾸하였다.

"우리 형님이 정성을 다해 만나러 왔는데, 저 놈은 어찌 저리 무례하다오 ? 이 놈의 집 확 불질러 버리면 제가 안 일어나고 배길까 , 흥 ! "

장비가 이렇게 내쏘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관우가,

"셋째, 사고치지 말고 그냥 앉아있게. 공연히 큰형님에게 야단맞지 말고.."

"흠 , 알았소, 헹 !"

장비는 관우의 만류로 자리에 앉으면서도 불만이 가득한 말을 내뱉었다.



장비는 그러더니 곧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것을 본 관우가,

"또, 뭘하려고 ?"

하고, 장비가 사고라도 치지 않을까 걱정을 한다. 그러자 장비는,

"헤헤헤... 볼 일을 보려구요."

하고 속마음을 감추고 <퉁>친다.

"멀리가지 말게."

관우가 한 마디 해둔다.

"알았소. 알았어요..."


장비가 자리를 뜨고, 잠시후 공명이 자고 있는 침상 마주 보이는 곳, 헛간인 듯 한 초가에서 연기가 피어 올랐다.

공명이 잠 깨기를 기다리고 있던 유비가 화들짝 놀랐다. 놀라기는 함께 있던 소년도 마찬가지였다.

소년은 잠을 자고 있는 공명의 침대 곁으로 달려들며,

"선생님 !"

하고, 불렀다. 그러자 유비가 소년을 제지하며,

"깨우지 말게. 선생은 정말 기인이시군. 밖에 불이 났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계속 주무시다니..."

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초당에 연기가 가득하자 관우도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유비의 곁에 서서 공명이 태연하게 자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그때, 공명이 잠을 깨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면서 잠자리에서 시 한 수를 읊는 것이었다.



큰 꿈을 누가 먼저 깨우는고 (大夢誰先覺 : 대몽수선각)

평생은 나 스스로가 아노라. (平生我自知 ;평생아자지)

초당에 봄 잠은 충분하데    (草堂春睡足 : 초당춘수족)

창밖에 해는 길기도 하구나. (窓外日遲遲 : 창외일지지)


             ...

공명은 이렇게 소리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흠흠 !> 하고 연기에 기침을 한 번 하더니, 늘 들고 다니는 화로선을 들어  방안을 몇번 휘젓고 나서, 문득 유비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유비가 두 손을 올려 예를 표하며,

"신야의 유비가 와룡 선생을 뵈옵니다."

하고, 허리를 굽혀 공손히 인사를 하였다. 그러자 공명이,
"부끄럽습니다. 두 번이나 다녀가셨다는 데 뵙지를 못하고, 오늘 오실 때에는 영접도 못 하였으니, 용서를 해 주십시오."

하고, 마주 예를 표해 보이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헌데, 불은 어쩌다 난 것인지 모르겠군요."

하고, 한 마디 한다.


그 순간 밖에서 뛰어 들어온 장비의 고함 소리가 터져나온다.

"야 ! 제갈양, 잘 들어 !  우리 형님이 어떤 분인데 몇 번을 헛걸음하게 만들어, 엉 ? 넌 싸돌아 다니느라고 집을 비우고, 이제야 겨우 왔는가 싶었는데 돼지 모양 잠만 자, 엉 ? 덕분에 우리 형님께서 세 식경이나 기다리셨다. 참는 것도 한이 있지, 내가 참다 못해 불을 지른거야, 네놈 깨우려고 !"

하고, 삿대질 까지 하면서 소리쳤다.



"무엄하다 !"

유비가 장비를 꾸짖었다.  그리고 이어서 장비에게 손짓을 하며,

"어서 무릎꿇고 사죄드려 ! 그렇게나 당부했건만 이게 뭔가 ! 어서 !"


하고, 화가 동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공명이,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그 쪽이 장익덕이신가요 ? 과연, 충성스럽소. 진작 무너질  초가였는데 불까지 내어 태워주셨으니, 장군께 감사드리겠소."

하고, 태연스럽게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 그러자 한편 머쓱하기도 했던 장비는,

"헤헤 ! 듣던 대로 말은 청상유수로구먼 ! "

하고,  대답하였다.




공명이 시선을 돌려, 관우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 분께서는 천자가 하사한 관직을 마다하고, 오관참장(五關斬將 : 관우가 유비를 만나기 위해 다섯개의 관문에서 여섯 명의 장수를 베고 탈출한 사건)을 하셨다는 관운장 이시군요. 곁에 있는데도 영웅의 기개가 느껴집니다그려."

하고, 말을 하면서 관우에게 손수 예를 표해 보이는 것이 아닌가 ?

"어.. 어 ! ..."



관우가 깜짝 놀라며,  황급히 공명을 향하여 마주 예를 표한다. 그러면서 점잖은 어조로,

"과찬이시오."


하고, 답례를 하였다.

이어서 공명이 소년에게 말한다.

"차를 준비하도록 하여라."

"예"



주객이 예의를 다하고 나자, 소년이 차를 날라온다.

공명이 차를 권하며 말한다.



"지난 겨울에 두고 가신 글을 보고, 장군께서 우민우국(憂民憂國)하시는 심정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만, 저의 생이 워낙 어리고 재주가 없어, 장군께서 찾아와 주신 뜻에 보답할 능력이 없어 부끄럽습니다."



"사마휘(司馬徽) 선생과 서원직(徐元直) 선생의 말씀이 어찌 헛된 말씀이겠습니까, 선생은 미천한 이 사람을 버리지 마시고 부디 가르침을 주십시오."

"그 분들은 학식이 높은 선비이지만, 저는 한낱 농부에 불과합니다. 장군은 옥(玉)을 버리시고 돌(石)을 구하지 마십시오."

"선생은 세상을 건질 기재를 품고 계시면서 어찌하여 산중에서 무료한 세월을 보내시려 하십니까. 천하 창생을 생각하셔서 이 우둔한 유비에게 가르침을 주십시오."


그러자 공명은 입가에 미소를 띠우며 묻는다.

"장군은 오늘날 천하 대세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



유비가 잔잔한 어조로 조근하게 말한다.

"공명 선생, 황건적 난의 혼란 속에 동탁이 황위를 조롱하고, 도처에서 간적들이 득세하여 천하가 혼란해지며 도리가 무너지고, 백성들의 삶이 피폐해졌습니다. 전, 황실의 후예로서 매일 새벽마다, 황실이 있는 남쪽 하늘을 보면서 가슴이 찢어집니다."


"장군이 큰 뜻을 품고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통이 있는 거지요. 장군의 향후 계획은 어떠신지요 ?"

"천자의 명을 받들어 쓰러진 천하를 일으키고 백성들을 구하고자 하나, 아쉽게 전 덕과 재주가 부족해

거병 이후, 패전만을 거듭해 왔습니다. 그리하여 번번히 거처를 잃고 떠돌아 다니기만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심지어 자결을 할 까 생각하기도 하였으니, 부끄러워 말이 안 나올 지경입니다. 그래서 가르침을 얻고자 이렇게 선생을 찾아온 것입니다."

유비의 지난 날의 회고는 본인 스스로가 생각하여도 참담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었다.



공명이 현실을 꿰뚫어 보는 소리를 한다.

"동탁 사후, 혼란한 천하에 조조는 원소의 세력에 못미쳐도 원소를 멸하고 패업을 이루었으니 그 비결이 뭘까요 ?  첫째는 시기, 둘째는 지략이죠, 지금 조조는 백만 군사에 천자를 끼고 제후를 호령하며,  천하 병권을 거뭐 쥐고 위세를 떨치고 있으니, 대적하면 안 될 상대입니다. 또한, 손씨는 강동에서 대를 이어 오랜 세월동안 국난을 극복하며 군사력을 키웠으니 그들과 동맹을 맺으셔야지요. 적대시 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형양 9군은 사통팔달로 백성들은 부유하나, 유표는 나약한 성격이라 버틸 힘이 없으니, 조만간 주인이 바뀔 겁니다. 이는 하늘이 장군께 내리는 근거지입니다. 설마 형양을 마다하지 않으시겠죠 ? 솔직히 말씀해 주십시오."



공명은 이렇게 말해 놓고 나서 유비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러자 유비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원하지만, 그럴 순 없지요. 유경승은 제 황형(皇兄)인데 제가 어찌 형양을 빼앗겠습니까 ?"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공명이 담담한 어조로 단언하듯 말한다.


"천상을 관찰 해 보니, 유표의 병이 위중해, 형주는 곧 주인 없는 성이 될 겁니다. 설마 이곳이 조조의 손에 넘어가기를 바라십니까 ?  장군께서 형주를 얻고, 이어서 중원이 아닌 서쪽으로 나가 익주를 취하면 바로 서천입니다. 서천은 난공불낙의 요새이며 기름진 땅에 산물도 풍족하니 군사를 양성하기에 최적의 근거지입니다. 과거 고조 유방은 서천에서 거병해 천하를 통일 하고 황제가 되었지요. 장군이 서천과 형양을 얻는다면 천하의 반을 점령한 셈이 되는 것이니 남쪽에 소수민족을 아우르고 강동의 손씨와 결맹해 안으로 군위를 다스린 후, 천하가 변화될 때, 군사를 이끌고 나아가 허창을 치고 조조를 멸하십시오. 장군께서 이렇게 하신다면 10 년 이내에 대업을 이루게 되실 것이며, 20 년 후에는 천하가 안정되어 한나라를 부흥시킨 장군의 이름이 천고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유비는 이 말을 듣고 크게 감탄하였다. 그러면서도 공명의 선견지명에 의문을 표시하였다.

"이십년 후에는 선생의 말씀대로 천하가 안정될까요 ?"

공명은 그 말을 듣고 웃음을 웃어 보이며 유비에게 물었다.

"제가 그동안  어디를 다녀 온 줄 아십니까 ?"

"모릅니다. 어디를 다녀오셨는지요 ?"



그러자 공명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실 가운데 넓은 곳으로 간다.

유비가 공명의 뒤를 따라 일어섰다. 그리고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눈길을 떼지 못하였다.

공명은 잠시후 내실 중앙에 넓은 보자기를 하나 펼쳐 보이는 데 그것은 한장의 커다란 지도였다.

유비가 놀란 눈으로 지도와 공명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공명이 유비에게 말한다.

"서천입니다. 잘 보십시오. 서천의 54 개 주의 지도입니다. 지금부터 형주에 주시하고 서천에 뜻을 두십시오. 천하를 품으실 계획을 세우셔야 합니다."
유비가 서천 땅의 세밀한 지도를 내려다 보며 감탄해 마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공명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두 손을 올려 공명에 대한 극상의 예를 보이며,



"공명 선생, 부디 세상으로 나와, 저 유비에게 도움을 주십시요. 선생을 스승으로 모시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유비의 두 눈에서는 감격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선생, 선생이 나서면 백성들이 살 수 있습니다. 이 유비가 간청드리겠습니다. 선생, 부디 제 청을 받아주십시요."

유비는 구슬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공명에게 그대로 애원의 절을 해보이고 그의 대답이 없자 바닥에 엎드린 채로 일어나지 아니하고 공명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야말로 정성을 다하여 애원하는 모습이었다.



공명은 유비의 말과 예를 보면서 복잡한 표정이었다. 그리하여 선듯 거부도 응낙도 못 하고 서성대며 갈등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주공, 부족하지만 전심을 다 하겠습니다."                                        하고, 말하며 유비의 앞에 같은 자세로 절을 하여 승낙의 표시를 해 보였다.

유비가 고개를 들고 공명의 두 팔을 잡아 손수 일으키며 말한다.



"하 ! .. 선생, 너무도 고맙습니다. 이제야 이 유비가 천하의 대세를 논 할 수있는 스승을 만났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

유비는 다시 한번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공명의 두 손을 꼭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