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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인의 서원(誓願)'

한마음주인공 2023. 9. 6. 10:09

오늘 지인 형님 김경수님이 카톡으로 &&&  '어느 여인의 서원(誓願)'  &&&라는 

글을 주셔서 사진첨부 정리 작은별밭과 함께 합니다

 

 

'어느 여인의 서원(誓願)'

친정에 가면 어머니는 꼭 밥을 먹여 보내려 하셨다.
어머니는 내가 친정에 
가면 부엌에도 못 들어
오게 하셨고, 


오남매의 맏이라 그러셨는지 남동생이나 당신 보다 항상 내 밥을 먼저 퍼 주셨다.

어느 날 오랜만에 친정
에서 밥을 먹으려는데
여느때 처럼 제일 먼저
푼밥을 내앞에 놓자
어머니가 "얘 그거 
내 밥이다" 하시는 
것이었다.


민망한 마음에 
"엄마 웬일 이유? 
늘 내 밥을 먼저 퍼주시더니" 하며 얼굴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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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고 누가 그러더라 밥푸는 순서대로 죽는다고 아무래도 내가
먼저 죽어야 안되겠나."


그 뒤로 어머니는 
늘 당신밥 부터 푸셨다. 
그리고 그 이듬해 어머니
는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 얘기를 생각하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남편과 나중에
누구의 밥을 먼저 풀 것
인가를 많이 생각했다.
그러다 남편밥을 먼저 푸기로 했다.


홀아비 삼년에 이가 서말이고 
과부 삼년에는 깨가 서말이라는 
옛 말도 있듯이 뒷바라지 해주는 
아내 없는 남편은 한없이 처량할 것 
같아서이다.


더구나 달랑 딸 하나 있는데 
딸아이가 친정아버지를 모시려면 
무척 힘들 것이다. 

만에 하나 남편이 아프면 어찌하겠는가? 
더더욱 내가 옆에 있어야 할 것 같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고통스럽더라도 내가 더 오래 살아서 
남편을 끝가지 보살펴주고 뒤따라가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때부터 줄곧 남편 밥을 먼저 푸고있다. 
남편은 물론모른다.
혹, 알게 되면 남편은 내 밥부터 푸라고 할까?

남편도 내 생각과 같을까? 원하건대 우리 두 사람, 늙도록 의좋게 살다가 남편을 먼저 보내고 나중에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진

솔한 부부사랑 이야기 이기도 
하지만 어머니의 자식사랑,
자식의 부모사랑이 겹겹이 표현되고 
있어 감미롭고 가슴이 벅차 오르는 
글이었습니다.


요즈음 사랑은 표현해야 하는 
시대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 글 처럼 푹 익힌 "누룽지"같은 
사랑의 포근하고 넘치는 맛을 
너무 잊어버리고 표면적 표현으로만 
변해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 옮긴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