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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화 (158)붓장수 -38

한마음주인공 2023. 3. 17. 17:35

오늘 고교동창 이재혁님이 카톡으로 &&&야화 (158)붓장수   -38&&&라는 글을 주셔서 

사진첨부 정리 작은별밭과 함께 합니다 

 

 

야화 (158)붓장수   -38 

 꽃피고 새 우는 화사한 봄날은 쾌청이건만 운무댁 얼굴은 오늘도 흐림이다. 

 붓을 팔러 이 장 저 장 돌아다니다가 보름 만에 집에 들어온 남편이란 게 감기가 걸렸다며 기침을 해대더니 저녁 수저를 놓자마자 이불을 덮어쓰고 벽을 보고 모로 누워 앓기 시작한 것이다. 간밤에는 중병에라도 걸린 것 같더니 이튿날 아침엔 발딱 일어나 진주 지필묵 도매상에 가야 한다며 휑하니 떠나 버렸다. 


 시집온 지 5년이 되었건만 한번도 등줄기에 땀이 나도록 시원하게 밤일을 치러 본 적이 없었다. 골방에 처박혀 붓만 만드느라 그런지 남편의 얼굴은 창백하고 팔다리는 삐쩍 마르고 손마디만 길었다. 어쩌다 운무댁이 가슴에 파고들면 마지못해 일을 치르지만 깝작깝작하다가 이내 픽 쓰러지고 만다. 


 언제나 가슴이 뻥 뚫린 운무댁이 양지바른 툇마루에 앉아 하염없이 담 넘어 들어온 복사꽃을 보고 있는데 서당 다니는 뒷집 총각이 불쑥 들어왔다. 시집왔을 때 코흘리개 개구쟁이더니 벌써 울대가 올라오고 목소리는 굵어졌다. 

 “니 나이 몇이고?” 

 “열일곱입니더.” 

 “볼일이 뭐고?”